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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靑이 주도한 정황, 고스란히 ‘문건’에 담겨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고 김영한 전 수석이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왼쪽 사진)를 청와대가 14일 공개했다. 메모에는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대리기사 폭행 사건,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 반발 대응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메모 원본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공개된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실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사상 검증’이 진행된 정황도 포함됐다. 간첩사건 무죄 판결이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특별법 입법 등 대책을 논의하고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을 수사했던 검찰에 압력을 가한 의혹도 드러났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중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문화예술계 건전화 작업은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를 ‘좌파’로 몰아 정부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최순실 게이트 특검의 수사 결과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위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민정수석실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미온적인 문체부 간부들을 솎아내기 위한 검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검증 작업은 ‘사상 검증’ 형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이미 국가정보원과 협업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사상 검증 자료를 만들어 문체부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체부 간부들 검증 결과를 토대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부 ‘부적격’ 인사들의 사표를 받을 것을 문체부에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실장이 일부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전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문건도 발견됐다. 이 문건에는 김 전 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長)’이라는 한자 옆에 7개 항목의 사안이 메모돼 있다. 이 중 ‘일부 언론, 간첩사건 무죄 판결’ ‘조선, 간첩에 대한 관대한 판사’ ‘차제 정보·수사 협업으로 특별형사법 신속 입법토록’ ‘안보 공고히’ 등으로 정리된 항목은 잇따른 간첩수사 무죄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제정을 시도해 간첩 등 안보 사범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7개 항목에는 ‘대리기사, 남부 고발 철저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라며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세월호 대리기사 폭행 사건’ 관련 수사 개입을 시사하는 메모도 있다. 박근혜정부가 보수단체를 결집해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도 발견됐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고승국(고성국의 오기인 듯)-방송출연-부정적 발언’이라는 지시 사항도 적혀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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