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강원의 힘… 亞챔스리그 진출 넘보는 강원FC

강원 FC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대의 착지 지점을 축구장으로 변신시켜 홈구장(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스타디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원 FC 제공
 
지난 9일 강원과 상주 상무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9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강릉시립합창단이 식전공연으로 뮤지컬 갈라쇼를 펼치는 모습. 강원 FC 제공




2017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개막을 앞두고 조태룡 강원 FC 대표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승격팀이, 그것도 도민구단이 ACL 진출이라니! 다들 장밋빛 청사진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0라운드가 끝난 14일 현재 강원은 9승6무5패(승점 33)로 ACL 진출권인 3위에 올라 있다. ‘Great Union(위대한 연합)’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강원은 다양한 이벤트로 강원도의 18개 시·군을 하나로 묶는 구심체 역할도 하고 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이 출범한 이후 재정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이 20라운드까지 3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스플릿 제도를 시행한 이후 상위 스플릿 문턱을 넘은 시·도민구단(군팀 제외)은 경남 FC, 인천 유나이티드, 성남 FC밖에 없다. 더욱이 정규리그를 통해 ACL 티켓을 거머쥔 시·도민구단은 하나도 없다. 2015년 성남이 ACL에 진출했지만 이는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한데 따른 것이었다. 강원이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면 시·도민구단 최초로 정규리그 성적으로 ACL에 진출하게 된다.

강원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근호(32), 정조국(33), 오범석(33), 김경중(26), 김승용(32), 이범영(28)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영입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수원 FC는 2015년 12월 승격을 확정 짓고 선수단을 절반 이상 바꿨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선수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결국 수원 FC는 승격 1년 만에 2부 리그로 떨어졌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수원 FC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 시즌 개막 전 전지훈련 때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참들은 솔선수범해 ‘원팀’으로 가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발레리 니폼니시 전 부천 FC 감독의 제자인 최 감독은 스승처럼 공격적인 패스 축구를 추구한다. 강원의 플레이 스타일은 공격수들이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와 유사하다. 강원은 20경기에서 34골을 넣어 전북 현대(35골)에 이어 최다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강원은 인천이 2013 시즌 기록한 시·도민구단 최다득점(48골)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강원은 앞으로가 더욱 무서워질 팀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제르손 기마레예스 주니어(25)와 조나탄 나니자야모(26·나니),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27) 등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1부 리그에서 활약한 중앙 수비수 제르손은 지난 12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196㎝, 90㎏의 탄탄한 체구를 자랑하는 프랑스 출신의 중앙 공격수 나니는 조만간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한국영은 19, 20라운드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활발하게 공격에도 가담해 합격점을 받았다. 재활 중인 ‘디펜딩 득점왕’ 정조국이 복귀하면 강원의 파괴력은 배가될 전망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홈경기에서 ‘시·군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군데이는 이번 시즌 강원이 치르는 홈경기에서 도내 18개 시·군을 만날 수 있는 행사다. 팬들은 경기장 매점 시·군데이 부스에서 해당 시와 군을 대표하는 특산품과 대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9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엔 삼척시가 참여한다. 또 강원은 홈경기에 앞서 팬들을 위해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강원 관계자는 “우리는 2시간짜리 축구 경기를 3시간짜리 축구·문화예술 융합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며 “강원도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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