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여름철 긴 비 ‘장마’ 그리고 ‘오란비’



요즘 같은 여름철, 여러 날 계속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를 이르는 말이 있지요. ‘장마’입니다. 동아시아를 가로질러 정체하는 ‘장마전선’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장마’는 장(長)과 ‘맣’이 합쳐진 말입니다. 長은 ‘긴’의 뜻이고 ‘맣’은 물, 비, 장마를 이르던 옛말입니다. ‘장맣’이 ‘장마’로 변한 것이지요. “비 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마히’ 매양이랴…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이랑) 긴 밭 갈아라’라는 옛시조에도 나옵니다.

장마를 임우(霖雨)라고 하는데 霖은 ‘장마 림’자로, 숲(林)에 비(雨)가 쏟아지는 형상이지요. 1481년 편찬된 ‘두시언해’에 “하늘가에 오란비 歇하니(헐하니, 개니)…” 부분이 있는데 ‘오란비’가 뭘까요. 1527년에 나온, 한자에 한글로 음과 뜻을 단 ‘훈몽자회’에 霖의 풀이가 나옵니다. ‘오란비 림’. 장마를 오란비라고도 했던 것입니다.

장마를 매우(梅雨)라고도 하는데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라는 말이지요. 중국, 일본에서 장마의 뜻으로 쓰입니다. 계속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라 합니다. 호걸, 호화 등에 쓰이는 豪가 안 어울리지요. ‘큰비’로 쓰면 좋겠습니다.

꿉꿉한 장마가 떠나면 타는 더위가 기다릴 테지요. 도리 없이 한동안 견뎌야 합니다. 하늘의 섭리(攝理)가 그렇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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