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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9년6개월 실형… 블랙홀 빠진 브라질 정국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015년 7월 상파울루의 한 행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룰라는 12일(현지시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9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켜온 그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집권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룰라는 항소할 뜻을 밝혔다. 신화뉴시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대통령으로 꼽혔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1) 전 브라질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켜온 그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집권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의 뇌물 혐의로 불안정한 브라질 정국이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룰라가 12일(현지시간) 건설업체인 OAS가 제공한 110만 달러(약 12억5000만원) 상당의 해변가 아파트와 수리비 등을 받고 소유권을 숨기려고 한 혐의(뇌물수수와 자금세탁)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룰라는 OAS가 석유업체와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데 개입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룰라는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형량의 2배인 19년간 선거 출마 자격을 잃게 된다.

법원의 판결로 브라질은 또다시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룰라가 소속된 좌파정당 노동자당(PT)은 성명을 통해 “판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전국적인 규모의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도 성명을 통해 “3년 이상 정치적인 탄압 수사를 받았다”면서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는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룰라의 반대 세력은 브라질 주요 시내에 모여 판결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었다.

브라질 대선과 항소 판결이 발표될 시기를 두고 각종 셈법이 나오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주립대학 마우리시우 산토로 교수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항소 판결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면서 “룰라가 항소심에서 이기더라도 사법부가 정치인들의 게임 규칙을 바꿔놓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제툴리우바르가스대학 루벤스 그레저 교수는 “판결이 대선과 겹치면 정치적 상황이 사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준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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