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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마을 생긴 지 130년 만에… 수도꼭지서 생명수가 콸콸

지난 5일 저녁 미얀마 만달레이관구 냥우군 산칸 마을 앞 공터의 낡고 오래된 공용 물탱크에서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물지게를 메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다음 날인 6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지원으로 이 마을 전체 207가구 모든 가정에 일제히 수돗물이 개통됐다. 아시아물위원회(AWC) 회장인 이학수 K-water 사장은 “K-water는 저개발국가에서 깨끗한 식수를 개발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미래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세계 물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등 글로벌 물 전문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경근 선임기자
 
현지 어린이들과 K-water 봉사대원들이 산칸초등학교 내 울창한 만지나무 아래에서 손을 마주 잡았다. 봉사대원들은 아이들을 통해 산칸 마을이 푸르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되길 소망했다(360도 VR카메라로 촬영, 왼쪽 위 사진). K-water 봉사대원들이 35도가 넘는 한낮 더위를 이겨내며 유실수를 심은 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관로 연결 및 매설 작업을 하고 있다(오른쪽 위 사진). 상수도 시설 준공식과 마을잔치를 마친 뒤 저녁에는 공연이 펼쳐졌다. K-water 봉사대원들의 K팝 공연과 산칸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전통공연에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아래 사진).
 
수돗물이 개통되면서 오랜만에 물에 대한 갈증에서 벗어나자 마을 주민들이 봉사대원들과 물장난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위 사진). K-water 봉사대원이 간이정수기 실험을 통해 깨끗한 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미얀마에서 몇 년째 나무를 심고 키워온 국제개발환경 NGO ‘푸른아시아’의 도움을 받아 봉사대원들과 산칸초등학교 학생, 선생님, 마을 주민들이 소득작물인 망고와 다나까 묘목을 심고 있다(아래 사진).
 
산칸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미술교육 시간에 자신이 직접 그린 티셔츠를 입고 바람개비를 돌리며 운동장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꾸르륵∼꾸르륵, 툭∼툭.”

땅 속에 매설된 파이프에서 마지막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28㎜ 둘레의 파란 PVC 수도관이 맑은 물을 힘차게 쏟아냈다.

“와! 마이테(신기하다).”

지켜보던 미얀마 만달레이관구 냥우군 산칸 마을 주민 우 꼬우 민(38)씨 가족은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환호했다. 어른들은 수질검사를 마친 투명한 물을 마음껏 맛보았고, 어린아이들은 미얀마 전통 가마솥인 ‘데오’에 들어가 물장난을 즐겼다. 지난 6일 산칸 마을의 수돗물 개통식 직후 풍경이다.

207가구 1300여명 주민이 대부분 땅콩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모여 사는 산칸 마을의 최대 숙원은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것이었다. 이날 마을 맨 윗집부터 차례대로 수돗물이 개통되자 온 마을은 행복한 웃음과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마을 입구의 낡고 파손된 급수탱크에서 물을 받기 위해 매일 저녁 물지게를 지고 길게 줄을 서던 모습은 단 하루 만에 추억이 되었다.

물 걱정이 사라진 마을을 돌아보면서 산칸 마을 우쪼민(45) 이장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는 “그동안 물에 얽매여서 남자들의 외부 활동이 제한을 받았다”며 “이제는 안심하고 바깥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미얀마는 인도차아나 반도에서 가장 큰 나라다. 석유, 천연가스, 루비, 주석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85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 최빈 개발도상국 중 하나다.

‘2017 K-water 물사랑 나눔단’ 봉사대원과 대학생 서포터스, 국제 개발 환경 NGO ‘푸른아시아’, 고대 안산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1차 해외 자원봉사팀 36명은 미얀마에서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산칸 마을에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산칸 마을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비행기로 1시간 이동 후 바간시 냥우 공항에 도착, 다시 차로 58㎞를 더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산칸 마을을 비롯해 만달레이관구가 속해 있는 872만㏊의 미얀마 중부 건조 지역은 미래 지구가 겪게 될 기후변화 위협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원래 이 지역도 열대우림지대였으나 사원 건축을 위한 벽돌 생산을 위해 산림을 남벌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농장을 확대하면서 점차 사람이 살기 힘든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봉사대원들은 지난 3일 흙먼지를 뚫고 산칸 마을을 방문했다. 6월에서 10월까지 미얀마는 우기다. 하늘은 비를 머금은 먹구름으로 가득했으나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 잠시 트럭 유리창을 흩뿌리더니 이내 뜨거운 태양이 먹구름을 밀어냈다. 대기가 워낙 건조한 탓에 비구름은 이 지역을 피해 먼 곳에서 비를 뿌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학교 밖 도로에서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밍글라바!’(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양손을 흔들었다. 정제되지 않은 물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 고온, 불편한 숙소 등으로 지친 대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학교에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은 하루 종일 뙤약볕에 봉사할 대원들을 위해 미얀마 전통 천연 보습제인 ‘다나까’를 정성껏 발라줬다. 외국인 봉사대원들이 찾아온 건 마을이 생긴 지 13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대원들은 4개조로 나누어 학교 숲 만들기, 학교시설 개보수, 학교 급수대 파이프 매설, 학교 벽화 그리기, 관정 외벽 및 땅콩방앗간 도색 등 노력봉사와 물과 위생, 미술, 음악, 전통놀이, 미니 올림픽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식수개발 준공식 후 봉사대원들은 안동찜닭, 김치전, 잡채 등 한국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마을잔치를 열었고 저녁에는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 공연도 펼쳤다.

특히 K-water는 올해부터 해외 물 부족 국가의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한 물 환경 조성을 위해 ‘해피 워터스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해피 워터스쿨은 학생들이 깨끗한 물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마을 식수관정 개발, 학교 급수대 설치, 물 교육, 시설·기자재 등 교육환경 개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마을 자립 공동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K-water 동화권관리단 안현실(26) 대원은 “새로 설치된 학교 급수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손을 씻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정말 기뻤다”면서 “위생 및 맑은 물 만들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더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K-water는 안정적인 물 공급과 더불어 주민 자립을 위해 땅콩방앗간을 만들어주고 푸른아시아의 도움을 받아 유실수인 망고 및 다나까 묘목 수천 그루도 심었다. 1차 봉사활동에 이어 K-water 해외봉사단은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산칸 마을 인근인 냥우군 마지딴 마을에서 2차 봉사활동을 펼친다.

냥우(미얀마)=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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