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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자정” 외치는데 리베이트 논란 끊이지 않는 까닭은…



# A의사는 최근 자신의 의원을 개설했다. 장비 등을 갖추려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B제약 영업사원과 논의했다. 그 때 영업사원은 자신이 현금으로 일부를 지원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B제약 의약품을 처방해주면 일정 비율의 페이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처음 지원해준 금액에서 차감하면 된다고 했다.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리베이트 금액이 큰 대형 사건도 여럿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국내 제약사 동아쏘시오홀딩스다. 노바티스의 경우 리베이트로 전현직 임직원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 30여명이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과징금 2억원과 12개 품목에 대한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과징금 559억원과 9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는 의료진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지 지원으로 과징금 5억원 및 검찰 고발을 당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는 2012년 처방을 대가로 한 의약품 리베이트가 적발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약 140여 품목의 약가인하나 급여정지 처분이 예정돼 있다. 현재 회사 측은 일부 품목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압수수색에서 또 다른 리베이트 제공 정황도 적발됐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리베이트는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뜻한다.

리베이트 수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경우 해당품목에 대한 약가인하나 급여정지(삭제)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받은 보건의료인의 경우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처벌에도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대한 집중이 지목된다.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에 치중하던 상황에서 리베이트는 판매촉진을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신약은 29개에 불과하다. 그 중 매출이 많거나 글로벌 의약품과 경쟁할 수 있는 의약품은 손에 꼽는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는 복제약으로 시장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식약처 자료에 의하면 작년 국내 의약품 사장규모는 21조7256억원으로, 생산실적은 18조8061억원에 달한다. 이 중 국내 개발신약 생산실적은 2016년 1677억6000만원으로 전체 생산실적의 10%가 안된다. 나머지 생산실적은 복제약이라는 것이다.

신약 특허가 만료되면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많게는 수십여개가 등록된다. 이는 같은 성분의 치료제를 만들어낸 다수의 제약사들이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영업사원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고, 그 중 가장 쉬운 리베이트 제공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자정을 외치고, 정부도 처벌을 강화해 전체적으로는 리베이트가 줄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제공 방법이 더 지능화되고 다양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의약품 리베이트 자체를 과거의 영업 방식이자 관행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제약업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영업방법을 모두 차단하고 있어 리베이트 외에는 합법적인 영업 방법이 거의 없다고 호소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는 최근 의사에게 특정 의약품에 대한 논문 등 근거문헌을 가공해 이를 제약사가 제공하면 광고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또 브로셔도 광고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의사에게 제품을 알려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의약품이 국민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규제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산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규제는 오히려 불법적인 일탈을 양산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리베이트는 회사에서 돈 봉투를 준비해서 의사들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접대를 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영업사원이 개인적으로 현금을 의사에게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돈은 개인 부담이 아니다. 회사가 영업활동을 위해 사용하라고 급여에 포함시켜준 금액이다. 이러한 방법은 향후 리베이트가 적발됐을 때 모든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할 수 있어 일부 제약사가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책임을 회피한 회사는 더 지능적인 리베이트 방법을 개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불법을 관행으로 여기는 제약사와 의료인들의 인식부족, 복제약 위주의 제약산업 구조, 규제위주의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과 산업발전 양쪽을 고려한 정책 추진이 불법 리베이트를 막고, 건겅한 제약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정부도 귀를 더 열어야 한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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