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 ‘2년차 징크스’ 혹독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6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6-8로 뒤진 9회초 등판, 솔로포를 허용해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더그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미국프로야구(MLB) 데뷔 2년차를 맞은 코리안리거들이 지독한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다 전반기를 마쳤다. 올스타 휴식기를 발판삼아 후반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끝판왕’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꾸준히 마운드에 섰지만 지난해처럼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전반기 성적은 1승 4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54다. 38경기에서 40⅔이닝을 소화했고, 탈삼진 38개를 잡았다. 76경기에 나선 지난해에는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에 탈삼진 103개를 기록했다.

세이브는 많이 챙겼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좋지 않았다. 평균자책점뿐 아니라 피안타율은 지난해 0.190에서 0.276로 치솟았다. 9이닝당 홈런 개수도 0.56개에서 1.55개로 급등했다. 지난해 총 5개의 피홈런을 허용한 그는 올해 전반기에만 벌써 7개를 얻어맞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2일(한국시간) 오승환에게 전반기 평점 C라는 박한 점수를 줬다. 오승환은 지난해 이 매체로부터 평점 A를 받았다. 매체는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 승격했지만 올해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이 높았다. 최근 9경기에서 4피홈런을 기록해 마이크 매시니 감독을 당황케 했다”고 혹평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난해 오승환이 예상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며 그 후유증으로 악력이 떨어져 슬라이더가 무뎌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79⅔이닝을 소화해 국내 프로야구 데뷔 첫 해인 2005년(99이닝)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이닝에 등판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빅리그에 잔류했지만 사실상 벤치멤버로 전락했다. 올 시즌 타율 0.229를 기록 중인데, 지난 시즌 타율(0.302)보다 대폭 떨어졌다. 국내 무대에서 매 시즌 3할 타율을 거뜬히 넘기며 ‘타격기계’로 불리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김현수는 들쭉날쭉한 타격으로 벅 쇼월터 감독에게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팀 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에서 전반기 동안 타율 0.243을 기록했다.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전반기 트리플A에서 불과 4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빅리그 콜업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후반기에도 폭발적인 활약이 없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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