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엔터스포츠] 국가대표 메달 색 좌우… 진천선수촌 ‘미다스의 손’ 3인방

진천선수촌에서 대표선수들이 경기력 저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선진 부상 예방프로그램에 맞춰 몸을 풀고 있다. 물리치료사가 선수들에게 마사지해 주는 모습. 진천선수촌 부속의원 의사 김세준씨가 선수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대한체육회 제공
 
진천선수촌 부속의원 소속 이은희 물리치료사(왼쪽)와 김세준 의사.
 
유경수 조리실장


지난달 19일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최종전에서 슬로바키아를 풀세트 접전 끝에 3대 2로 물리친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이날 승리로 5승(4패)을 거둬 12개팀 중 6위로 2그룹 잔류를 확정지었고, 월드리그 예선에서 22년 만에 5승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때 김호철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린 진천선수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진천선수촌은 태릉선수촌을 대신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오는 9월 정식 개촌을 앞두고 있다. 총 공사비 5130억원에 부지 면적만 159만㎡(48만평)에 달하는 매머드급 시설이다. 200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1년 1단계 공사를 마쳤다. 이미 수영, 배구, 사격 등 11개 종목 270여명의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식 개촌 후에는 태릉선수촌에서 옮기는 선수 등을 포함해 1150여명의 인원이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다.

미래 한국체육의 산실이 될 진천선수촌에는 매일 굵은 땀을 흘리는 국가대표 선수들 외에 이들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또 다른 대표 선수들이 있다. 지난 6일 만난 진천선수촌 부속의원 김세준 의사와 이은희 물리치료사, 유경수 조리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음지에서 혼신을 다하며 선수들의 몸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천선수촌에 몸담아온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씨는 여자 배구대표팀 얘기를 먼저 꺼냈다. 김씨는 “대표팀 소속 선수 한 명이 무릎 통증으로 7년간 고생했는데 외부 병원에서 인대염증으로 진단했다”면서 “그런데 자세히 보니 슬개건병증(인대 손상에 따른 무릎 통증)이었고 이곳에서 장기간 치료받은 후 호전되면서 성적도 좋아져 고맙다고 전해 왔다”고 뿌듯해 했다.

김씨는 “최근 들어 부상 예방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며 “선수 개개인의 부상률을 데이터화해 체크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선수촌 의료진이 부상 치료에서 예방으로 스포츠의학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일해 온 물리치료사 이씨는 “처음엔 어색하지만 선수들과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치료 중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후 선수들이 보다 더 물리치료를 신뢰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식 개촌 이후 대규모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진료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최근 도입된 부상 예방프로그램(GET SET)을 교육하면서 선수들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 메달 획득 후 찾아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상품으로 받은 마스코트 인형을 줄 때 정말 고맙다”며 “최신 장비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진천선수촌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실장 유씨는 호텔조리장으로 20여년 근무한 베테랑이다. 2012년부터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급 음식 솜씨를 발휘 중이다. 유 실장은 “국가대표들이 먹는 메뉴가 질리지 않도록 항상 변화도 주고 특색 있는 메뉴 개발에도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김연경 등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은 퇴촌하기 전에 매번 초콜릿이나 케이크 등을 선물하면서 단체로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한다. 남자 50m 권총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황제 진종오는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선수다. 진종오는 유씨만 보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빈말이라도 “조리장님 덕분에 금메달 따요”라고 말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스타다.

종목별 식성도 소개했다. 유 실장은 “구기종목 선수들은 근육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육류를 선호하고 양궁, 사격 등 집중력을 요하는 개인종목은 채식 위주로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람하지 않은 몸매에도 봅슬레이 선수들의 식사량은 엄청나다고 귀띔한다. 다른 구기종목 선수가 한 번에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먹을 때 봅슬레이 선수들은 5∼6덩어리를 순식간에 먹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 개촌 이후 종목별 선수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준비해 이들의 국위선양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진천=글·사진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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