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평택시대… 여의도 5배 면적, 4만명 거주 신도시급

11일 언론에 공개된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모두 657개의 건물이 들어서며, 초·중·고교와 병원, 극장과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다. 기지 내 어린이 놀이터도 보인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내년 초 입주하고 미 2사단 일부 병력은 내년 말까지 이전을 완료한다. 전체 기지는 2020년 완공된다.평택=최현규 기자




주한미군이 60여년간의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평택 시대’를 열었다. 한·미 양국이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기로 합의한 뒤 14년 만이다.

주한미군의 주력인 미8군은 11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령부 신청사 개관식을 열었다.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미8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총 107억 달러가 투입된 기지는 미 국방부 내 육군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미 국방부 해외 시설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전체 기지가 완공되면 주한미군의 혁신적인 모습을 통해 오늘 밤에라도 당장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 미 제2항공여단 본부가 있었던 기존 기지를 확장한 곳이다. 부지 면적은 1468만㎡(444만평)로 서울 여의도의 5배에 달한다. 이날 공개된 평택기지는 거대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226동과 미군 측이 사용하는 287동을 포함해 657개 건물이 들어서는데 대부분 완공됐다. 미8군 사령부를 포함한 주요 지휘시설이 문을 열었고 ‘트레이닝 레인지’로 불리는 훈련장도 조성이 끝났다. 초·중·고교와 병원, 극장과 골프장까지 군인과 군인 가족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대부분 완성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월 4일 한국 방문 시 헬기로 기지를 둘러본 뒤 “훌륭하다”고 외쳤다고 한다. 밴달 사령관은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동맹의 헌신을 상징하는 ‘왕관 위의 보석’”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내년 초 입주하고 미2사단 일부 병력은 2018년까지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1만3000여명의 미군 및 가족·군무원 등 4만여명이 거주할 평택기지는 미 본토를 제외한 해외 미군기지로는 최대 규모다. 미군 관계자는 “뭐든지 최대 규모인 거대한 도시가 건설됐다”고 말했다. 기지 조성비용은 17조1000억원으로, 이 중 8조9000억원을 한국이 부담했다.

평택기지 조성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 91곳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를 통합해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조성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평택기지는 대북억지 임무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중요한 전략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밴달 사령관은 “대구 부산은 군수 허브로 활용하고 평택은 작전 허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평택기지는 인근에 있는 오산 미 공군기지와 함께 유사시 즉각적인 반격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이 기지에는 최고의 ‘탱크 킬러’로 불리는 공격헬기 아파치 롱보 24대가 배치된다. 최고속도 시속 293㎞, 작전반경 480여㎞인 아파치는 대전차 미사일 헬파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60초 내 12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M270) 발사대와 팔라딘 자주포(M109A6), 주력전차 에브럼스(M1A2 SEP), 브래들리 전투장갑차, 무인정찰기 RQ-7 섀도도 자리잡는다. 주한미군 정보부대가 운영하는 정찰기 RC-12(가드레일)와 아파치 헬기, 치누크 헬기 등이 이착륙할 5.5㎞의 활주로도 기지 외곽에 조성됐다. 이와 함께 평택기지 방호를 위해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증강배치될 예정이다. 평택기지가 최대 사거리 200여㎞에 달하는 북한 방사포의 공격권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평택기지는 유사시 증원 병력과 물자가 신속하게 전개되는 요충지 역할도 한다. 평택항과 철도로 연결돼 있어 유사시 병력과 물자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평택기지가 동북아 지역분쟁에 투입되는 미군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을 고려해 미2사단의 210화력여단은 동두천에 남아있게 된다. 밴달 사령관은 “한국 육군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면 210여단도 평택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이전에 따른 전력 공백은 없다는 설명이다. 밴달 사령관은 용산기지에 일정기간 남아 있을 한미연합사령부에 대해서는 “최소 규모가 될 것이며, 한국 합참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평택기지에 배치되지 않고 경북 성주에 배치된 것에 대해서는 “사드 활용의 극대화를 고민했다”며 “부산 대구 등의 보호와 남부 지역 1000만명의 한국인 보호를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조성은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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