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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왕따 도화선 ‘걸프국 비밀협정’ 공개

미국 CNN방송이 10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해 공개한 문서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2013년과 2014년 체결한 협정문이 담겨 있다. CNN 캡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걸프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배경이 된 비밀협정 문건이 공개됐다. 협정서는 걸프 국가들과 카타르가 체결한 것으로, 테러 단체와 걸프 국가들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걸프 국가들은 협정을 통해 체제와 정권 유지에 방해되는 세력을 억누르려고 했으나 카타르가 따르지 않자 단교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2013년과 2014년 작성된 이들 문서 2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문건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지만 내용의 민감성과 국가원수 간에 비공개로 합의한 협정이란 점을 고려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서는 2013년 11월 23일 작성된 ‘리야드 협정’이다. 여기에는 사우디와 카타르, 쿠웨이트 국왕 등의 서명이 담겼다. 이집트 정권에 위협이 되는 ‘무슬림형제단’과 예멘 정부와 대립하는 단체 등 걸프 국가들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에 정치·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고, 서명한 국가들의 내정 간섭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걸프 국가들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카타르의 알자지라방송을 겨냥한 듯 “적대적인 매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두 번째 문서는 2014년 11월 16일 작성된 ‘일급비밀’이다. 이 문서에는 바레인 국왕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의 서명이 추가됐다. 이집트 정권 안정에 기여하고 알자지라가 이집트 정권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데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앞서 첫 문서의 기술에서 한발 나아가 알자지라를 특정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알자지라의 이집트 채널을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건이 공개되자 사우디와 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문서는 카타르가 약속을 완전히 위배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앞서 이들 4개국은 외교 관계를 회복하는 조건으로 카타르에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도 “13개 요구사항은 리야드 협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 협정 준수를 압박했다.

그러나 셰이크 사이프 빈 아흐메드 알타니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협정 정신을 어긴 건 사우디와 UAE”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손해배상금을 내라는 요구와 알자지라 폐쇄 등은 리야드 협정과 관련이 없고 카타르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메나통신에 따르면 카타르는 4개국 등이 회원으로 있는 걸프협력회의(GCC)에 서한을 보내 제재를 해제하고 단교로 입은 정치·경제적 손해를 3일 내에 갚지 않으면 GCC를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갈등이 장기화되자 미국도 소매를 걷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쿠웨이트에 도착해 미국이 영국, 쿠웨이트와 함께 단교 사태 해결에 공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틸러슨 장관은 나흘간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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