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회화는 아직 살아 있다

테이트 브리튼 사상 최대 관람객을 모은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


붓을 잡은 지 올해로 60년이 된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0)의 인기가 뜨겁다. 올해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크니는 유럽 미술계에서 연일 화제다.

영국의 테이트 브리튼이 작가의 전(全) 시기 작업을 조망한 대규모 회고전을 지난 2∼5월 성황리에 개최한 데 이어 파리 퐁피두센터가 전시를 이어받아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호크니 회고전’은 테이트 브리튼 사상 최대 관람객(49만명)을 모았고, 마지막 주에는 밤 12시까지 미술관을 열었을 정도다. 파리 전시가 끝나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으로 순회된다.

팝아트 하면 미국이 떠오르지만 호크니는 영국 팝아트의 저력을 입증해주는 작가다.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는 자연과 도시, 그 속 현대인의 희열과 고독을 누구보다 강렬하면서도, 끈질기게 표현해 온 호크니는 “사진의 부상으로 회화는 죽었다”라는 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미술사학자 마틴 게이퍼드와의 대담에서 “우리는 세상을 기억과 함께 본다. 내 기억과 당신 기억은 다르기 때문에 한 장소에 있다 해도 같은 걸 보는 건 아니다”라며 심리적 부분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회화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장르라고 역설했다.

감각적이되 피상적이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되 세련된 그림이란 점에서 호크니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하다.

이영란(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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