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대표 가게를 찾아서] 쌀 몇가마씩 출자로 첫발… 이젠 상위권 농협으로 우뚝

안산농협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농협안성교육원에서 ‘2017 안산농협 여성리더과정’을 열었다. 4일 저녁 열린 여성조합원 페스티벌에서 한 팀이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 안산농협 제공
 
지난 3월 본점 직원들이 고구마 심기 봉사를 하는 모습. 안산농협 제공
 
박경식 안산농협 조합장


안산농업협동조합의 역사는 1970년 발족한 수암농업협동조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 농업 종사자들 가운데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자각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쌀 몇 가마씩을 출자해 수암농협을 설립했다. 이후 안산농협으로 명칭을 개칭하고 1997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에 본점을 개점하며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

지난 6월 말 현재 안산농협 조합원은 1900여명에 이른다. 본점을 비롯한 10개 지점에서 140명의 직원이 예수금 9900여억원, 대출금 8000여억원 등 총 여수신 1조8000억을 달성하며 전국의 단위농협 가운데 상위그룹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친화적 조직문화로 내실 성장 도모

“좋아 좋아 1등농협! 멋져 멋져 안산농협!” “사랑합니다. 안산농협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4일 오후 8시 농협안성교육원 대강당은 3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여성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1박2일 일정으로 ‘2017년도 안산농협 여성리더과정’에 참여한 113명의 안산농협 여성조합원이 ‘우먼파워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여성리더의 역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 후 여성조합원들은 불끈 쥔 주먹을 힘차게 들고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안산농협! 안산농협을 선도하는 여성리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경숙(49)씨는 “대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성조합원의 권익신장과 여성리더의 역할 등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앞장서서 농협을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농협은 여성조합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지역 내 여성친화적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의 여성리더 육성을 목적으로 관내 60세 미만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부대학이다.

1993년 제1기 수료생 129명을 시작으로 2017년도 12기까지 총 1437명의 주부대학생을 배출했다. 주부대학 수료생들은 총동문회 및 동창회에 가입해 안산농협과 지속적으로 유대를 가지며 지역에 많은 기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에 가입한 동문회원 150여명은 농촌일손돕기, 불우이웃돕기, 환경보호운동, 도·농어린이 교류사업, 장학금 지급, 우리농산물애용운동,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등의 봉사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산다

안산농협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 법무부 사회봉사자 대상자와 농협의 인력부족 조합원을 연계하는 사업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4월, 법무부와 농협중앙회는 순간의 잘못으로 범죄자가 된 사회봉사자에겐 사회적응의 기회를 주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장엔 일손을 제공하는 ‘사회봉사 대상자, 농촌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령화, 농자재 가격인상, 청년층의 이농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에 사회봉사자들을 투입해 민생지원형 사회봉사를 하게 했다. 이에 적극 부응한 안산농협은 안산보호관찰소와 협력해 그해 391명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말까지 총 1314명의 사회봉사자를 조합원 사업장에서 일하게 했다.

안산농협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인 주부들이 모여서 만든 ‘농가주부모임’도 매월 1회 행복나누미 반찬봉사를 하고 있다. 농협에서 재료를 지원하고 회원들은 반찬을 만들어 관내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에 전달하고 있다. 농사일로 바쁘지만 짬을 내 소리 없이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매년 5∼7월엔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선정해 꿈나무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도서도 기증한다. 각 학교에서 희망하는 도서를 신청받아 구매해 기증하는데 2011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총 7회 실시했다. 미래고객 확보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농협이미지 홍보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농협의 주인, 조합원을 위해 최선 다한다

안산농협은 “농협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농협법 1조 1항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경식 조합장은 “조합원은 생산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판매는 농협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며 “농가소득 5000만원의 조기달성을 목표로 조합원의 영농 원가절감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산농협은 지도사업과 신용사업으로 구분해 조합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도사업은 조합원이 생산한 벼를 전량 수매해 햇토미, 상록미로 가공해 판매하는 게 대표적이다. 농기계 무상 임대사업과 영농자재보조사업(40% 무상보조) 및 영농자재교환권 무상지원(30만원), 경제사업소(영농자재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농기계 수리센터 운영, 조합원 자녀 장학금 지급사업(대학생 200만원·고등학생 50만원), 조합원 선진농업문화 탐방(1년에 80명), 축산농가 건초지원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농지구입자금 대출, 농어가목돈마련저축(농민에게 고이자 지급), 저리 영농자금 대출, 농업인안전보험 무상 가입(국고보조 50%·농협 보조 50%), 축산농가 건초지원 등 신용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전직원 대상의 농촌사랑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고구마 심기 봉사, 농가 오이따기, 밭 잡초제거, 고추밭 대세우기, 마을 개천가 쓰레기 줍기 등 지점별로 나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경식 안산농협 조합장 "고객 찾아나서는 적극적 마케팅으로 수익창출 극대화할 것"

"고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박경식(56·사진) 안산농협 조합장은 도시 중심의 근교농업이 이뤄지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강조한다. 도시농협의 한계이면서 장점이기도 한 금융부분의 수익창출이 조합 활성화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박 조합장은 "농협 운영에 있어 금융부문은 수익구조 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저금리에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 총만 안 들었지 '전쟁터'나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선 능동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번 떠난 고객은 다시 안 온다"며 "친절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을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농사만 짓던 농사꾼 출신이다. 그러다 40세에 감사를 시작으로 농협 집행부에 참여하게 됐고, 2011년 보궐선거를 통해 경기도 최연소 조합장이 됐다. 그리고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전국 1300개 넘는 농협 중 전국 최다득표율인 조합원 91.5%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이 지역에는 대형 로컬푸드 판매장이 필요하다"며 "부지 매입을 위해 안산농협 본점 옆 부지 소유주인 안산시를 상대로 지난 2년간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조합장은 "로컬푸드 판매장은 수익만 놓고 볼 때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조합원이 생산한 싱싱한 농산물을 싼 가격에 주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점과 '농민은 생산에만 집중하고 판매는 농협이 무한책임을 진다'는 점에서는 퍽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지역은 아파트 밀집지역이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시의 전향적인 정책 결정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원로 조합원을 배려하는 '연금 형식의 배당' 제도에 대해 긍지를 표시했다. 그는 "650여명의 원로조합원들은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 농협의 주춧돌을 놓은 분들"이라며 "설립 초기 배당을 못한 부분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2012년부터 농협 수익금 일부를 연금형식으로 매달 5만원씩 지급한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조합원 한 분 한 분을 가족같이 생각하니 다 소통이 되더라"며 "연로한 조합원들이 공동체로 함께 살 수 있는 실버사업을 꼭 하고 싶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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