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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거점 모술 잃고… ‘IS 2.0’ 시대?

이라크 어린이가 9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550㎞ 떨어진 바스라에서 국기를 흔들며 모술 탈환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이날 이라크 정부군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미군 등 연합군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격전을 벌인 지 9개월 만에 모술 탈환을 선언했다. AP뉴시스


이라크 정부의 모술 탈환을 분기점으로 ‘물리적 영토’를 상실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국경이 필요 없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모술을 상실한 IS가 향후 영토 없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란 중동 전문가들의 관측을 소개하며 ‘IS 1.0’ 시대가 저물고 ‘IS 2.0’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S는 그간 최대 거점이자 국가 수립을 선포했던 이라크의 제2도시 모술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상징적 수도’로 여겼던 시리아 라카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명목을 유지하기 위해 지하 저항조직인 레지스탕스를 결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IS는 2014년 칼리프 국가(이슬람 초기의 신정일치 통치 체제) 선포 당시부터 ‘칼리프 국가 이후’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형태가 와해된 이후에도 IS 지휘관들과 극성 조직원들은 이라크에 뿌리박힌 수니파 극단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동 지역에 게릴라전 형태의 공격을 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먼은 CNN에 “IS 잔당들이 지하드(성전)를 계속하기 위해 알카에다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충성도 높은 IS 잔존 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벗어나 전 세계에 폭넓게 확산돼 있는 IS 추종 테러단체에 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S는 중동과 아프리카, 러시아 북부 카프카스와 동남아 일대에까지 충성을 맹세한 무장 단체들을 키워 왔다. 그것도 대부분 현지 정부 공권력이 미치기 어려운 정글이나 산악 지대에 은신하며 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토를 상실한 IS 잔당 중 많은 수가 개별적으로 난민으로 위장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IS 북부시나이 지부(ISNS)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온라인을 통해 IS를 따르게 된 전 세계의 ‘외로운 늑대’ 형태의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정신적 국가’로 존속하는 형태도 예견할 수 있다. IS의 칼리프 국가는 사라져도 그 이데올로기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IS 추종 자생적 테러가 더욱 극성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모술 탈환 이후 IS라는 ‘공공의 적’이 사라진 이라크에서 대테러 동맹이 벌써부터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술 탈환 작전에 참전한 각 세력의 정치·종파적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이들 사이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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