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스타트업 요람으로 뜬 파리 ‘스테이션 F'… 페북·네이버가 멘토링

프랑스 파리에 들어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Station F)’ 모습.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개관한 이곳에는 1000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다. 스테이션 F 제공


프랑스 파리에 거대한 캠퍼스가 생겼다. 에펠탑을 옆으로 눕혔을 때 길이(310m)에 면적만 3만4000㎡다. 철도차량기지로 쓰이던 장소가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를 내건 스테이션 F(Station F)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이곳에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는 학생들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네이버 같은 화려한 교수진이 맞이한다.

스테이션 F는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이 투자한 2억5000만 유로(약 3300억원)의 기금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자비에 니엘은 프랑스 이동통신사 ‘일리아드’의 창업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부호다. 19세부터 통신 사업에 뛰어들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무료 코딩대학인 ‘42 코딩스쿨’을 설립해 오는 11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앞서 2013년에는 파리에 코딩대학 ‘에콜 42’를 열었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날 프랑스는 세계에서 5번째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단 10년 안에 25번째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꿈의 공간으로 설계된 ‘스테이션 F’

스테이션 F는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공간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곳에서는 1000개의 스타트업이 3000곳 이상의 업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심사를 통해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면 월 195유로(약 25만원)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도 입주해 있어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 스테이션 F는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10분 거리에 거주 공간을 짓고 있다. 2018년 완공되는 이곳은 약 600여명의 창업가들이 생활할 수 있다.

스테이션 F는 쉐어(SHARE), 크리에이트(CREATE), 칠(CHILL) 등 세 공간으로 구성됐다. ‘쉐어 존’에서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열거나 외부인과 만날 수 있다. ‘크리에이트 존’은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스타트업 개러지(Startup Garage)’, 프랑스 최대 인터넷 쇼핑업체 방트 프리베( vente-privee)의 ‘임펄스(Impulse)’, 네이버의 ‘스페이스 그린’ 등이다. 스타트업은 이들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칠 존’에서는 레스토랑이 운영된다.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노하우 전수

페이스북은 스테이션 F에 ‘스타트업 개러지’를 운영한다. 페이스북이 직접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건 2004년 창업 이후 처음이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기반의 스타트업 12개와 협력하게 된다.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개인 맞춤형 여행 추천, 재정 관리, 건강관리 등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이들 스타트업에 멘토링을 하거나 전문가 교육, 워크숍 등을 제공한다. 오는 9월 시작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페이스북은 지난달 12개 스타트업 선정을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테이션 F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5개의 스타트업에 1년짜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창립 멤버인 스타트업 ‘Recast.ai.’는 챗봇(채팅 로봇)을 만들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업을 시작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에 연구원과 개발자 등 전문가를 지원해 멘토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라인과 함께 스테이션 F에 스타트업 육성 공간 ‘스페이스 그린’을 마련했다. 네이버와 라인은 이 공간을 스타트업들의 성장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스타트업이 연계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와 라인은 자체 보유한 서비스와 콘텐츠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스타트업들에게 공유하고 네이버랩스 소속 엔지니어들과 만남을 통해 기술교류도 활발하게 진행하며 심도 깊은 파트너십을 맺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유럽은 높은 인터넷 이용률뿐 아니라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토대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며 전 세계 인터넷 기업의 주목을 받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한국 검색 시장과 아시아권 메신저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축적한 네이버와 라인은 그간의 성공 경험과 축적된 기술들을 바탕으로 유럽의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과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는 프랑스

유럽은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에 시장을 뺏겼다. 이후 유럽 각국 정부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독과점이나 불공정 행위, 개인정보 관리, 세금 문제 등에 민감하게 대처하며 유럽 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은 전체 인구의 73%에 이르는 6억16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0% 정도다.

프랑스는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가 15억 달러(약 1조7317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록적인 수준의 자본 투자를 이끌어낸 프랑스는 유럽에서 3번째로 꼽히는 스타트업 허브로 거듭났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정책인 ‘라 프렌치 테크’는 스테이션 F를 통해 스타트업의 프랑스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라 프렌치 테크는 스타트업 창업가, 직원, 투자자들이 최대 4년까지 프랑스 거주와 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새로운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을 프랑스로 유치하는 프로그램인 ‘프렌치 테크 티켓’은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1년 동안 프랑스 정부로부터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2013년부터는 2억 유로(약 2630억원) 상당의 기금으로 프랑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션 F를 앞세운 프랑스 스타트업 지원정책이 미국에 빼앗긴 인터넷 산업의 주도권을 유럽이 되찾아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