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신인 전설’ 뒤엔… 가슴으로 낳은 어머니

뉴욕 양키스의 신인 거포 애런 저지가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타구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저지가 양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 AP뉴시스, 뉴욕포스트에 실린 가족사진


“난 왜 엄마랑 아빠랑 다르게 생겼어요?” 그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이렇게 물었다. 부모님은 모두 백인인데 자신은 흑백혼혈(흑인과 백인의 혈통을 물려받은 사람)이니 이상했던 것이다. 부모님은 그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알았어요. 난 괜찮아요. 엄마는 아직 내가 아는 유일한 엄마고, 아빠는 아직 내가 아는 유일한 아빠니까요. 이제 나가서 놀아도 돼요?” 뉴욕 양키스의 루키 애런 저지(25)는 부모님에게 훌륭한 교육을 받아 메이저리그의 대형 거포로 성장했다. 30홈런을 날린 그는 메이저리그 전설 조 디마지오의 작은 기록 하나를 깼다.

저지는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30호 홈런이었다. 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투런 아치를 그리며 디마지오가 세운 양키스 신인 최다 홈런(1936년·29홈런)과 동률을 이뤘던 저지는 이틀 후 양키스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1992년 4월 26일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저지는 다음날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교사 부부인 웨인 저지와 패티 저지에게 입양됐다. 부부는 엄격한 규율로 입양한 아들을 키웠다. 특히 저지는 어머니 패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최근 MLB.com 브라이언 호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양키스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법과 사람들을 대하는 법 등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지금의 나를 만든 이는 바로 어머니다”고 말했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타고난 저지는 캘리포니아 린덴고 시절 야구뿐만 아니라 풋볼과 농구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결국 야구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2010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31라운드 지명되었지만 거절하고 프레스노 주립대에 진학해 2년간 활동했다. 프레즈노 주립대학의 마이크 베이트솔 감독은 “저지는 정말 특별한 아이”라며 “그의 인격은 그의 부모가 그를 바르게 키웠음을 말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저지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2순위로 양키스에 지명됐다. 어떻게 이런 ‘보물’이 32번째로 지명됐던 걸까. 키가 큰 선수는 상대적으로 큰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장신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201㎝, 127㎏에 달하는 엄청난 체구로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은 저지는 삼진 비율도 높아 드래프트에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양키스는 저지에게서 엄청난 잠재력과 뛰어난 인성을 발견했다. 양키스의 선택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저지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규정타석 미달(130타수 미만)로 이번 시즌에도 신인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장해 4홈런 타율 0.179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83경기에 출전해 30홈런(양대 리그 1위), 타율 0.330(4위), 66타점(7위)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 전혀 다른 선수가 된 그는 홈런왕을 넘어 타격 트리플크라운과 MVP까지 노리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힘만 좋은 선수였다. 스윙에 허점이 많아 삼진아웃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타격 스탠스를 낮추고 볼을 더 많이 보는 연습을 하면서 마침내 타격에 눈을 떴다.

한편 최지만(26·양키스)은 빅리그 복귀 후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렸다. 최지만은 이날 밀워키전 1루수 겸 7번 타자로 선발출전해 4회말 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2호 홈런이었다. 최지만은 9일 열린 밀워키전에선 대타로 출전,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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