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검증] ‘사용근육’ 달라 종목 전향 땐 불리… 사실일까?

일부 스타들의 경우 자신의 주종목을 바꾼 경우가 종종 있어 화제다. 왼쪽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지난달 남자프로테니스(ATP) 챌린저 투어에 참가한 전 이탈리아 축구선수 파올로 말디니, 미국미식축구리그(NFL) 덴버 브롱코스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하다 지난해부터 뉴욕 메츠 산하 싱글A 세인트 루시 메츠에서 야구선수로 활약 중인 팀 티보. 국민일보DB, 테니스 이탈리아노 홈페이지, AP뉴시스




이탈리아의 전직 축구선수 파올로 말디니는 지난달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챌린저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렀으나 42분 만에 완패했다.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덴버 브롱코스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했던 팀 티보는 지난해부터 뉴욕 메츠 산하 싱글A 세인트 루시 메츠에서 마이너리거의 삶을 살고 있다. 스포츠계에는 각 종목에 따라 선수들이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서 종목 전향을 하면 불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얼마나 근거있는 말일까.

선수들의 운동능력은 사람의 뼈를 움직이고 힘을 만드는 골격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골격근은 수축 속도에 따라 속근(백색 근육)과 지근(적색 근육)으로 구분한다. 속근은 수축 속도가 빨라 순간적인 스피드와 강한 힘을 낸다. 단시간에 이뤄지는 고강도 운동을 통해 키워져 육상과 수영의 단거리 종목이나 역도 선수들에게 많다.

지근은 속근과 반대로 수축 속도가 느려 약한 힘을 내지만 장기간 운동을 해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오랜 반복과 유산소 운동을 통해 키워진다. 통상 마라톤, 사이클, 구기 종목 선수들이 지근의 비율이 높다. 그러나 같은 구기 종목이라 하더라도 테니스, 농구처럼 순발력과 순간적인 힘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90분 내내 뛰는 축구선수에 비하면 속근이 발달됐다.

배문정 태릉선수촌 전문의는 7일 “선수마다 속근, 지근의 비율이 달라서 자신의 종목을 바꾸면 일반적으로는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송주호 박사는 “스포츠 유망주들은 타고난 지근과 속근의 비율을 진단한 뒤 유리한 종목을 골라 운동을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종목 전환을 해도 성공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부문에서 4관왕에 오른 이승훈과 여자 5000m 금메달을 딴 김보름은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다. 통상 운동생리학적으로 보면 쇼트트랙은 상대적으로 지근, 기록을 위해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스피드스케이팅은 속근이 많아야 유리하다. 다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장거리 부문은 쇼트트랙 못지않은 지근이 필요하다. 이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전향할 때 선호하는 편이다. 송 박사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로 전향한 박승희는 이승훈 김보름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속근 강화를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썼다”고 설명했다.

물론 근육 비율만으로 종목별 경기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배 전문의는 “운동을 할 때 선수의 심혈관계 기능, 멘탈, 훈련량, 체격 등 속도, 지구력, 근력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많다”며 “각 선수마다 이에 대한 비율이 다른 데다 종목에 따라 근육이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어서 변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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