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최저연봉 투수, 개막이후 10연승 괴력投… 로또 맞은 다저스

LA 다저스 알렉스 우드가 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포수 미트를 노려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7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1대 0 승리를 이끈 우드는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다저스 선발이 개막 이후 10연승을 질주한 것은 1955년 돈 뉴컴 이후 무려 62년 만이다.AP뉴시스


LA 다저스 좌완 알렉스 우드(26)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출신이다. 고교시절이었던 2009년 노스캐롤라이나 고교 리그에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0.87이라는 기록으로 리그 선수 톱4에 뽑히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우드가 지역 고교 최고 투수가 된 것은 그의 특이한 투구 폼이 크게 작용했다. 우드는 9세 때 우연히 오른손 스리쿼터(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 투수의 폼을 따라했다. 와인드업 때 팔을 가로로 하고 어깨 높이에서 공을 던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왼손 스리쿼터 투수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우드는 몸을 심하게 움직여 타자들이 공을 놓는 위치와 타이밍을 알 수 없게 했다. 이런 특이한 투구폼으로 우드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특이한 투구폼은 양날의 검이었다. 바로 부상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가을 조지아대 야구팀에 스카웃됐지만 그해 겨울 토미존(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었다.

팔꿈치는 좋지 않았지만 특이한 투구 폼 때문에 나올 때마다 성적은 좋았다. 우드의 대학 시절 4년간 성적은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57이었다.

이런 가능성을 보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012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그를 뽑았다. 우드는 마이너리그에서 두 달 동안 평균자책점 1.26을 찍는 등 마운드를 평정한 뒤 2013년 5월 빅리그로 콜업됐다. 후반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13의 준수한 성적을 보인 우드는 2014년 기량이 만개했다. 11승11패 평균자책점 2.78로 팀의 3선발로 우뚝 선 것이다.

하지만 부상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매해 부상자명단(DL)에 오르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단 한 번도 20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내구성이 약하다는 평가 때문에 기량에 비해 좋은 몸값을 받지 못했다. 2013년 30만 달러로 리그 최저 연봉을 받았다. 2014년과 2015년에도 50만 달러에 그쳤다. 이 역시 리그 최저 연봉이었다.

결국 2015년 중반 우드는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정든 팀을 떠나 아쉬웠지만 우드는 당대 최고의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가 있는 다저스에서의 새 삶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트레이드 된 날 선수단 상견례에서 우드는 “커쇼와 그레인키에게 엄청난 질문을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그들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포부와 달리 이듬해 성적은 1승4패, 평균자책점 3.73에 그쳤다. 선발진에서도 탈락해 불펜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역량을 아깝게 여긴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 미세 조정에 나섰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타자를 현혹시키는 장점이 큰 특이한 투구폼을 유지하되 부상 방지를 위해 공을 던진 후 몸의 밸런스를 더 잘 잡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투구폼이 바뀌면서 제구력과 속도 향상을 얻었다. 우드의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5마일(시속 148.9㎞)로, 1년전(90.6마일)에 비해 2마일 가까이 뛰어올랐다. 또 스트라이크존 제일 밑에 걸치는 커브를 집중적으로 연마하면서 그의 필살기가 됐다.

결국 이런 변화는 성공했다. 올 시즌 우드는 불펜에서 시작했지만 선발로 바뀐 뒤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1.67로 전반기를 마쳤다. 다저스 선발이 개막 이후 10연승을 질주한 것은 1955년 돈 뉴컴 이후 무려 62년 만이다. 잭 그레인키의 이적으로 2선발에 고심 중이었던 다저스는 우드라는 뜻하지 않은 ‘로또’를 맞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반 부진하던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굳히고 있는 것은 우드의 활약에 비춰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