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美-中북핵 해법 충돌 양상… ‘냉전구도’ 재현되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5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등에 대북 제재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미국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대 ‘중·러’ 간 대결구도로 재편돼 냉전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더욱 멀어지고 러시아와는 가까워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대 중·러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결구도로 북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문제 해법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 왔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때 잠잠하다 최근 급속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 달라고 종용했지만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중국은 늘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 무역 증가를 비난하는 트윗을 날리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대북 군사행동 검토와 대중국 교역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소식이 나오자 전 세계에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했는지는 불분명하며 러시아는 중거리미사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어떤 노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대북 문제와 지역 안보 문제에서 중·러는 미국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4일 ‘미국은 믿을 수 없고, 러시아가 진정한 친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서로 친척집을 방문하듯 왕래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은 5년도 안 돼 21차례나 이뤄졌다”고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과는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어색한 관계인 데다 오랜 갈등 관계인 미국을 견제하는 측면에서도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과 인도양 해역을 담당하는 태평양함대 전력증강에도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다만 이런 한·미·일과 중·러의 분열 양상은 북한이 바라는 구도이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계속 추가 도발할 여건을 제공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