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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中·獨 밀착… ‘판다 외교’로 우정 과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5일(현지시간) 베를린동물원의 판다관 개관식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양 정상은 중국이 선물한 판다 한 쌍에 대해 “양국을 이어줄 특별하고 새로운 대사”라고 말했다. 왼쪽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갖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선언했다. 두 정상은 중국이 임대한 판다 한 쌍이 있는 동물원을 함께 찾는 등 ‘판다 외교’로 한층 더 가까워졌다.

시 주석은 회담 후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독일과 중국의 관계가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며 “지금은 양국 관계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독일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메르켈 총리도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100% 지원하며 중국과 일대일로 틀 아래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양국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며 시 주석을 ‘어려운 시기를 함께하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에어버스 A320 중형기종 100대와 A350 대형기종 40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독일에 통큰 선물을 안겼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구매 규모가 228억 달러(약 26조3000억원)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언젠가 양국이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간암 말기로 가석방돼 치료 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시 주석 부부와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4일 중국에서 건너 온 판다 ‘멍멍’ ‘자오칭’의 베를린 동물원 정식 입주식에도 함께하며 우의를 다졌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의 매우 특별한 대사로서 많은 이를 기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양국 우호의 새로운 대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1980년부터 3마리를 베를린 동물원에 보냈지만 2012년 마지막 남았던 한 마리마저 세상을 떠났다.

중국에만 사는 판다는 야생에 18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다.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세계 각국과 우호 관계를 쌓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로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중국 방문 직후 미국에 암수 판다 한 쌍을 선물했을 때다. 한국도 1992년 한·중 수교 후 약속된 판다 한 쌍을 94년 들여왔다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98년 중국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2014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판다를 보내기로 약속한 뒤 지난해 ‘아이바오’와 ‘러바오’라는 이름의 판다가 한국에 도착했다. 1983년 워싱턴 조약 발효로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된 뒤 중국은 돈을 받고 장기 임대하는 형식으로 판다 외교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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