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軍 “성공 단정 못해”



북한은 5일 전날 시험발사한 미사일 ‘화성 14형’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화성 14형이 ICBM급 사거리의 신형 탄도미사일이기는 하지만 IC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군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북한이 ICBM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은 인정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화성 14형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2단 엔진을 사용했으며 단 분리가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전투부 내부 온도가 25∼45도를 유지하면서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도 정상적으로 동작했다”며 “재돌입(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하려면 사거리는 적어도 8000㎞ 이상이어야 하고 1, 2단 엔진이 제대로 분리돼야 한다. 특히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재돌입 전투부(탄두)의 모든 기술적 특성을 최종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의 초점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에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군과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은 ICBM의 핵심 능력인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진입 기술은 탄두가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올 때 발생하는 고열을 이겨내는 능력을 말한다. 북한은 사거리 4000㎞ 정도의 중거리 미사일의 경우 재진입 기술을 갖고 있으나 ICBM급 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부 미사일 전문가들은 “화성 14형의 탄두가 지난 5월 14일 발사한 화성 12형보다 뾰족한 형태로 열을 더 받는 형상”이라며 “이런 형상으로 발사했다면 열 내구성에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재진입 기술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군은 “재진입 기술은 미확인됐다”고 밝혔다.

ICBM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단 분리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제출 자료에서 화성 14형은 화성 12형(KN-17)을 2단체로 개량한 것으로 잠정 평가했다. 화성 12형은 사거리 5000㎞의 액체 1단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국방부는 화성 14형의 사거리는 7000∼8000㎞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화성 14형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움직였지만 발사 당시 지상에 고정된 발사대를 이용한 점을 들어 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화성 14형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의 제원과 기술적 특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는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800∼1000㎏ 수준에는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거리가 5500㎞ 이상인 ICBM은 탄두가 500∼600㎏ 수준이어야 한다. 북한이 대형중량을 언급한 것을 보면 아직까지 이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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