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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의 中… ‘대화가 유일한 해법’ 원칙 고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신화뉴시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성공 선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중국의 원칙은 요지부동이다. 다만 북한이 아직 추가 핵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ICBM 발사로 도발 강도를 높여가며 ‘레드 라인’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중국 역시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특히 북한의 ICBM 발사로 북·미 간 ‘대화’를 촉구해온 중국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제재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이 필수라는 생각이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 직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점증하는 문제를 우려하며 모든 관련국은 냉정과 인내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는 참여하되 독자 제재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지금처럼 긴장이 계속 고조되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통제 불능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서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라며 대화 해법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제재를 통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자칫 한·미·일에 포위된 동북아 외교지형에서 동맹국인 북한마저 적대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지린대 쑨싱제 교수는 “북한은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과 미국 사이의 틈을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중의 이견 속에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과 협조하도록 하고 중국은 북한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마냥 북한을 두둔할 수도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ICBM 도발로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위험을 키웠다”면서 “북한이 중국을 코너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발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에 대해 중국 내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인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명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진창이 옌볜대 국제정치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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