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말 아닌 행동”…정밀 타격 미사일로 대북 경고




한·미 군 당국은 5일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합동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 20시간 만에 이뤄진 무력 시위였다. 북한의 탄도탄미사일 발사에 한·미 군 당국이 즉각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북한의 도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4일 북한의 화성 14형 발사 직후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고, 다음날 미국과 합동으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미 합동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우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의 한·미 군사훈련은 대부분 미군 주도로 이뤄져 왔다. 대화는 물론 압박도 우리 정부가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훈련은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 2A’와 주한미군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원됐다. 사거리 300㎞에 달하는 이들 탄도미사일은 동해상에 설치된 가상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 군 당국이 신속하게 연합 지대지 탄도미사일 훈련을 실시한 것은 유사시 북한이 ICBM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 지휘체계를 선제타격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타격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양국이 구축하고 한반도 전면전 작전계획인 ‘5015’에 포함돼 있다. 한·미는 북한의 주요 지휘체계와 핵·미사일 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 700곳 이상의 연합표적에 대한 타격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 사전징후 파악 시 선제타격하는 시한성 표적과 전쟁발발 직후 타격하는 표적 등을 구분해놓고 맞춤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군이 구축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축인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대량응징보복(KMPR) 가운데 KMPR의 일부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현무 2A와 에이태킴스는 주요 타격 수단이다. 현무 2A는 국산 미사일로 사거리가 300㎞, 탄두중량은 500㎏이며 오차범위는 30m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에이태킴스는 다연장 발사기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로 신의주와 강계, 성진을 포함한 북한 대부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는 2003년 말부터 동부전선에 배치됐다. 에이태킴스는 주한미군은 300여기, 우리 군은 200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태킴스 1발에는 자탄 300여개가 들어있어 축구장 3∼4배 지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이순진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훈련 직후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도 한·미동맹은 엄청난 인내심과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연합 미사일 사격훈련은 통수권자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단호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과 브룩스 사령관은 “현재 우리의 선택적인 자제가 전시와 평시를 구분짓고 있다”며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의 의지를 오판해 무모한 도발을 지속한다면 전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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