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탄고 축구팀 돌풍 비결… “팀내 위계 없앴더니 창의적 축구”

주승진 매탄고 감독이 지난 2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산현대고와의 2017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는 스스로를 ‘평범했던 축구선수’라고 했다. 2003년 대전 시티즌에 입단해 2009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수비수였던 그가 프로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186경기 출장에 3골 9도움이었다. “특출한 실력이 없으면서도 7시즌 동안 프로 생활을 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갔기에 가능했죠.” 자신의 경험이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주승진(42) 매탄고 감독. 그는 제자들이 프로 팀에 입단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주 감독은 2010년 9월 매탄중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원 삼성의 U-18 유스팀인 매탄고 사령탑으로 부임한 때는 지난해 1월이었다. 이후 그는 무서운 기세로 우승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16 K리그 주니어 후기리그 A그룹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2일 2017 전반기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까지 5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했다. 그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업적엔 관심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아시아의 맹주가 되려면 유소년 선수들을 잘 조련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달 25일 K리그 클래식 수원과 강원 FC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애제자 유주안(19)의 데뷔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주안이 어시스트에 이어 골까지 터뜨리자 “너무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고 했다. 유주안은 이번 시즌 3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수원 관계자는 “우리 선수단의 약 40%가 매탄고 출신이다. 매탄고는 수원의 화수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원은 권창훈(23·디종 FCO), 구자룡(25)과 김건희(22) 같은 매탄고 출신 ‘신인 대어’를 낚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매탄고는 최근 K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유스팀”이라며 “한국 프로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매탄고 같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주 감독에게 ‘매탄고가 다른 고교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우리 팀은 오합지졸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 주 감독은 “팀 분위기가 워낙 자유분방해서 오합지졸 같다는 말”이라며 “강압적인 분위기에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위계 문화를 없앴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지난 왕중왕전에서 선수 기용 비율을 1학년 40%, 2학년 30%, 3학년 30%로 맞췄다. 3학년들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성적을 이미 거뒀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었다. 그는 1, 2학년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우승 욕심을 버렸다.

주 감독은 축구를 포기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소년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어요. ‘네가 좋아서 시작한 축구인데, 너무 쉽게 축구를 포기하지 마.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난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