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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굴복시켜라”… 美 ‘채찍’ 강도 높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 백악관으로 군인 가족을 초청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이 휴일인데도 백악관을 중심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열었다. AP뉴시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에 격앙됐다. 독립기념일 휴일인 4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을 중심으로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외교·경제·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북한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한 적은 없지만 이번 ICBM 발사를 ‘게임 체인저’(흐름을 바꿔놓는 중대한 사건)로 보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선 5일(한국시간 6일 오전 4시)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의장국인 중국을 설득해 원유공급 중단 등 강도 높은 신규 제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중국의 협조 여부다. 중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하는 등 일련의 반중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는 있지만 원유공급 중단 등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압박 조치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난 1분기 중국과 북한 간 무역이 40%나 증가했다”며 “중국과 같이 일해봤자 이 정도였다(So much for China working with us). 그러나 시도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거부할 경우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제재)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 재무부가 단둥은행과 훙샹그룹 등 북한의 무기 개발과 관련된 중국 법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지만, 대형은행 등으로 제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에 다른 무역 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사적인 조치로는 한반도에 전략폭력기와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한·미 합동훈련 강도를 높이는 등 무력시위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주의방어재단의 앤서니 루기에로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안타깝게도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 외에 트럼프 행정부가 달리 선택할 옵션이 없다”며 “미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협상과 처음부터 잘못된 ‘전략적 인내’로 지난 10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공격 능력은 모든 계산을 흐트러뜨린다”며 “2006년에는 미사일이 발사대에 오르는 순간 선제 타격하는 방안을 지지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보유 대수가 엄청나게 늘었고, 북한이 보복에 나설 경우 한국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양심 있는 모든 국가는 극히 제한된 인도주의 차원을 제외하고 북한과의 금융·무역 거래를 모두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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