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소방수’는 신태용



이번에도 선택은 소방수 전문 신태용(47)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신 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감독을 선임했다. 신 신임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U-20 월드컵에 이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소방수’로 나서게 됐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뒤 “남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른 후에 한국이 조 3위가 되더라도 신 감독이 계속 팀을 맡는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대표팀 코치를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며 “신 감독의 장점은 활발한 소통이어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술 운용 능력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이날 축구협회를 통해 “부담이 되지만 믿고 맡겨 주신 만큼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며 “이란전(8월 31일) 홈경기에서 무조건 이겨 좀 더 수월하게 갈 수 있게끔 하겠다. 선수들이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 감독은 다음달 2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28일 선수들을 소집할 예정이다.

1992년 일화 천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 감독은 2004년 성남 일화에서 은퇴했다. 2008년 김학범 감독의 후임으로 성남 일화 감독 대행을 맡으며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형님 리더십’으로 K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신 감독은 성인 대표팀 코치로 있던 2015년 2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고(故)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급히 바통을 이어받아 8강으로 이끌었다. 또 지난달 끝난 U-20 월드컵에서 두 번째 소방수로 나서 대표팀을 16강에 진출시켰다.

다만 지나치게 공격 축구에 집착하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U-20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승부처에서 수비에 치중하는 실리 축구보다 정면 승부를 펼쳐 쓴맛을 봤다.

축구계는 신 감독이 모래알 같은 대표팀을 하나로 묶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이날 “신 감독은 무기력증에 빠진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태극전사들과 적극 소통하며 ‘다시 해 보자’고 독려해 투혼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며 “태극전사들도 신임 감독 선임을 계기로 정신무장을 다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상대에 맞추는 유연한 전술 능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의미 없는 볼 점유율에만 집착했다. 신 감독은 철저한 상대 분석과 맞춤전술로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득점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이 당장 걱정해야할 부분은 에이스들의 잇단 부상이다. 대체불가능한 공격수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도 최근 수술을 받음에 따라 대표팀엔 비상이 걸렸다. 스완지시티는 지난 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이 2017-2018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8월 12일·사우샘프턴전)에 결장하게 됐다”며 “카타르와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한국에서 가벼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8월 중순까지 EPL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기성용은 이란전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더라도 부족한 훈련량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할지 의문인 상황이다. 손흥민도 카타르전에서 오른팔이 부러져 깁스한 상태여서 이란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승점 13점으로 2위에 올라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파주=박구인 기자,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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