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을 잡아라] 농업 보조금 정책 기업농에 집중… 영세농과 소득격차 심화 부채질



정부의 농업 보조금 정책은 겉보기에 정당하다. 규모가 크고, 생산능력이 우수하며, 평가를 잘 받은 농가에 지원을 집중한다.

하지만 일률적 절대평가 방식은 공정할 수 없다. 영세농은 대규모 기업농의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출발선부터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보조금 정책이 영세농과 기업농의 소득격차 해소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기업농에 초점을 맞추면서 부작용을 잉태했다.

농업 종사자의 소득격차는 도시근로자보다 배 이상 크다. 소득 상위 20% 농가와 하위 20% 농가의 소득 차이는 10배 가까이 벌어졌다. 유럽 등 농업 선진국들은 직불금이나 보조금으로 소득격차 해소에 힘쓰고 있다. 반면 우리는 경작 면적·규모에 비례해 지원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업농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설현대화자금이나 농업자금이차보전 같은 보조금의 기업농 편중 현상은 심각하다. 2015년 10㏊ 이상 농가의 보조금 수령액은 0.5㏊ 미만 농가의 38배에 이른다. 이런데도 박근혜정부는 농업과 산업을 결합한 ‘농업 6차산업화 강화’ 정책만 강조했다.

그나마 새 정부는 보조금이 아니라 직접 지불 방식의 농업복지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공익형 직불제 확대’를 약속했다. 소규모 농가의 친환경 영농, 지속가능한 영농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해양축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4일 “보유 토지 등 자산을 바탕으로 고소득을 창출하는 일부 기업농을 제외하고 대부분 농민은 땀 흘려 일해도 최소한의 기본소득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직불금과 보조금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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