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서 자기방어 위해 복싱 배운 ‘무명 복서’ 혼 ‘전설’ 파퀴아오 무너뜨렸다

호주의 무명복서 제프 혼(왼쪽)이 2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왼주먹으로 매니 파퀴아오의 안면을 가격하고 있다. AP뉴시스


왕따에 시달리다 자기 방어를 위해 복싱을 배운 호주의 체육교사가 일을 냈다. 주인공은 호주의 무명복서 제프 혼(29). 혼이 필리핀 복싱영웅이자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살아있는 전설’ 매니 파퀴아오(39)를 무너뜨렸다.

혼은 2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파퀴아오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 세 명 중 두 명이 115-113, 나머지 한 명이 117-111을 적어냈을 정도로 일방적인 승리였다.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혼은 1라운드 시작 종이 울리기 무섭게 저돌적으로 파퀴아오에게 돌진했다. 상대적으로 긴 리치와 큰 키를 앞세워 파퀴아오를 압도했다. 8∼9라운드 파퀴아오의 반격에 잠시 고전했지만 결국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혼은 전적과 이름값에서 철저히 무명이었다. 파퀴아오조차도 시합 사흘 전 인터뷰에서 그를 앞에다 두고 “혼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가 복서라는 사실만 안다”며 조롱에 가까운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실제 혼의 복싱 이력은 보잘 것 없다. 혼은 11년 전 고교 시절 학교에서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8강까지 올랐고, 직후 프로로 전향했다. 그는 고향인 브리즈번의 한 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지내며 복싱과 교사 생활을 병행했다.

그러던 혼에게 파퀴아오와의 대결이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칼을 갈았다. 파퀴아오와의 경기가 잡히자 학교에 사직서까지 냈다. 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시합을 앞두고 있다. 제자들이 파이팅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파퀴아오를 넘어서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혼은 17승1무를 기록했다. BBC는 경기에 앞서 “혼의 인생은 파퀴아오와의 시합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며 “호주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파퀴아오는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파퀴아오가 공식 경기에서 패한 것은 2015년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의 세기의 대결 이후 처음이다. 통산 전적은 59승2무7패다. 파퀴아오는 재대결 조항을 활용해 다시 한 번 혼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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