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컨슈머리포트-상온 유통 삼계탕] 中企교동의 ‘알찬 맛’ 식품업계 공룡 눌렀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뱅커스클럽에서 5개 브랜드의 상온 유통 레토르트 삼계탕을 맛보면서 비교 평가하고 있는 셰프들. 앞줄 왼쪽부터 이정준 지배인, 정윤석·표진호·이호준 셰프, 뒷줄 임정수 지배인. 윤성호 기자



일찍 찾아온 더위에 보양식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돌보고 잃은 입맛을 북돋워주는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는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재료값도 부담스럽지 않고 조리법도 간단하다. 하지만 닭을 비롯해 수삼이나 밤, 대추 등을 고루 갖춰 구입하기가 번거롭고 더위에 조리하기도 부담스럽다.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은 더욱 그렇다. 최근 삼계탕도 전자레인지나 냄비에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철 소진된 체력을 손쉽게 보강할 수 있는 레토르트 삼계탕, 어떤 브랜드 제품이 맛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 리포트가 평가해봤다.

5개 상온 유통 삼계탕 평가

레토르트 삼계탕은 냉장 유통되는 제품과 상온 유통되는 제품으로 크게 나뉜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차라리 상온에 보관해도 되는 것이 외려 상할 염려가 없다. 따라서 이번 평가는 상온 유통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시장조사 기관들이 별도로 점유율을 조사하지 않을 만큼 상온 유통 삼계탕 시장은 규모가 아직 작다. 그래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바이어들에게 잘 나가는 제품을 추천받아 5개 제품을 골랐다. 각 마트 바이어들이 1위로 추천한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900g·19480원), 교동푸드의 ‘하우촌 삼계탕’(1㎏·7230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삼계탕’(800g·8990원)을 우선 골랐다. 그리고 2곳 이상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워홈의 ‘손수 고려삼계탕’(800g·9900원)과 하림의 ‘고향삼계탕’(880g·9580원)을 추가했다.

5개 항목 상대 평가

평가 대상 삼계탕은 대형마트 3곳에서 지난달 29일 구입했다. 평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조선호텔 뱅커스클럽에서 진행했다. 뱅커스클럽은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건물 16층에 위치해 서울 중심가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자랑한다. 이 클럽은 중식과 양식 메뉴를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복날을 즈음해 3일부터 8월 15일까지 전복삼계탕 점심 특선 코스를 선보인다. 연어샐러드, 통영산 전복과 신선한 닭으로 만든 전복삼계탕, 복분자차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세금 포함 3만원.

평가는 뱅커스클럽의 이정준·임정수 지배인, 표진호·정윤석·이호준 셰프가 맡았다. 이들은 삼계탕 국물의 빛깔·농도와 맛, 닭고기의 식감과 맛, 삼계탕에 있는 찹쌀밥의 맛을 각각 평가했다. 5개 항목을 기준으로 종합평가를 한 다음 원재료와 영양성분에 대한 평가를 했다. 가격을 공개한 다음 전 항목 평가를 바탕으로 최종 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윤대진 뱅커스클럽 점장이 직접 레토르트 제품인 5개의 삼계탕을 포장지에 적힌 대로 냄비에 담아 8∼20분간 데웠다. 조리를 마친 삼계탕을 ①∼⑤ 번호표를 붙인 큼직한 대접에 담아 내왔다. 보기에는 집에서 끓인 삼계탕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평가자들은 국물 빛깔과 닭고기 상태를 눈으로 살펴본 다음 맛을 보기 시작했다. 표진호 셰프는 “삼계탕 국물이 생각보다 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제치고 1위

상온 유통 레토르트 삼계탕 평가 결과 1위는 교동푸드의 하우촌 삼계탕(723원·이하 100g당 가격)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3.9점. 국물의 빛깔·농도(3.8점)와 맛(3.8점), 닭고기 식감(4.0)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도 4.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원재료 평가에서는 수삼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고, 정제 우지가 포함된 복합조미료가 들어가서인지 낮은 점수(2.8점)를 받았다. 또 영양성분 평가에서도 칼로리가 5개 제품 중 가장 높고 나트륨 함량도 두 번째로 높아 최하점(2.6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 대상 중 최저가였던 이 제품은 최종 평가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정준 지배인은 “닭고기 뼈의 상태로 보아 이 제품은 냉동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닭을 쓴 것 같다”면서 “가격, 맛, 색깔이 고객 눈높이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지배인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산양 삼계탕 세트’를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삼계탕을 연구해 왔다. 그는 “닭의 뼈가 거무스름한 것은 냉동한 상태에서 오래 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위는 CJ의 비비고 삼계탕(1124원)으로 최종평점은 3.8점. 국물 빛깔·농도(3.8점)와 닭고기 맛(3.6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그러나 닭고기의 식감(2.0점)과 찹쌀 맛(2.4점)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3.3점)에서 2위를 했다.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았던 이 제품은 영양성분 평가(3.4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임정수 지배인은 “국물 맛이 깔끔하고 고기도 부드러우며 국물과 고기의 조화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3위는 최종평점 2.7점을 받은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1054원). 닭고기 맛(3.6점)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찹쌀(3.6점)도 맛이 잘 배어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물 빛깔·농도(2.6점)와 닭고기 식감(2.8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는 2.9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인삼 함량 비율이 가장 높았던 이 제품은 원재료 평가에서 최고점(3.5점)을 받았으나 영양성분 평가(2.8점)에서 콜레스테롤이 5개 제품 중 가장 높아서인지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위로 치고올라가지는 못했다. 표진호 셰프는 “자숙닭고기를 써서 맛은 좋지만 약간 질긴 게 흠”이라며 안타까워했다.

4위는 하림 고향삼계탕(1089원). 최종평점은 2.4점. 국물의 빛깔·농도(2.4점)와 맛(2.4점)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닭고기 맛(2.4점)과 찹쌀 맛(2.8점)도 뒤처지는 편이었던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2.5점)에서 4위였다. 이호준 셰프는 “국물과 찹쌀에서 수삼의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거부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5위는 아워홈 손수 고려삼계탕(1238원)으로, 최종평점은 2.2점. 닭고기 식감(3.0점)은 중간 정도였고 국물 맛(2.6점)과 찹쌀 맛(2.8점)은 뒤처지는 편이었다. 국물의 빛깔·농도(2.4점)와 닭고기 맛(2.0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1차 종합평가(2.3점)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가격은 이번 평가 대상 중 가장 비쌌으나 수삼 함량 비율이 가장 적었던 이 제품은 원재료 평가에서도 최하점(2.5점)을 받았다. 정윤석 셰프는 “조미료 맛이 많이 나고, 국물이 너무 묽은데다 고기도 퍽퍽한 편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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