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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 20주년 취재] 시진핑 방문에 친중파 축제 분위기 속 친독립파 궐기

친독립 성향의 식스투스 바지오 렁 전 입법회의원이 30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거리에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서 있다. 권준협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문다고 알려진 호텔 건너편 센트럴플라자 주변에 경찰의 키보다 높은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 권준협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홍콩 스캉의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수비대 주둔지를 방문해 군을 사열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원 3000여명이 총동원됐다. AP뉴시스


30일 오후 1시쯤 홍콩 코즈웨이베이 거리에서 친독립 성향 정당 영스피레이션(청년신정)의 식스투스 바지오 렁 전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을 만났다. 렁 전 의원은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Hong Kong is not China)’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입법회 선서에서 ‘중국(차이나)’을 ‘지나’로 발음하고 ‘중화인민공화국에 충성하겠다’는 선서문 내용을 바꿔 ‘홍콩 민족의 이익을 수호하겠다’고 낭독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렁 전 의원은 친중파의 표적이 되었지만 민감한 내용의 티셔츠를 입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거리낌 없는 표정이었다. 공공장소에서 두렵지 않으냐고 묻자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누군가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욕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 친중 매체 기자들도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사실이 아닌 뉴스를 지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렁 전 의원은 “표현 및 집회의 자유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회신고를 내려고 해도 친독립 성향이라는 이유로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된 부정적 내용이면 일단 막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얼마 전 친구가 집회 신고를 냈는데 고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당했다”고 집회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를 제시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사실은 국제단체들의 지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 29일 “시 주석은 홍콩의 자유와 인권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앰네스티는 “표현의 자유, 사법권,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홍콩의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홍콩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언론인 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도 지난 27일 홍콩의 언론자유도가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홍콩 언론자유도는 2002년에는 18위였으나 올해에는 73위에 그쳤다.

시 주석과 수행단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르네상스 홍콩 하버뷰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 주변은 친독립 성향 의원의 우려와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친중 단체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대부분 50,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장년층과 노년층으로 빨간 옷을 입고 중국 오성홍기를 들고 있었다.

모인 이유를 묻자 한 50대 여성은 “어른(시 주석)이 주변에 계신다”며 말을 아꼈다. 홍콩 반환 20주년 소감을 물으니 “미안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호텔 주변에는 가는 곳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통행을 제한했다. 일부 요원은 기관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호텔 바로 건너편인 센트럴플라자 주변에도 경찰의 키보다 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카메라를 들고 바리케이드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니 경찰은 “지나갈 수 없다. 돌아서 가라”고 막아섰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방문해 군을 사열했다. 친독립 세력을 상대로 확실한 압박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글·사진=권준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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