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며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 저는 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찾아 장진호(湖)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뒤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며 가정사를 소개했다. 이어 “고(故) 레너드 라루 선장은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린 뒤 무려 1만4000명을 태우고 기뢰로 가득한 ‘죽음의 바다’를 건넜다”며 이를 ‘자유와 인권의 항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비 헌화에는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사령관과 장진호 전투 및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나쁜 행동에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가 지켜야 되는 원칙”이라며 “북한의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출구는 완전한 폐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철저한 검증은 이뤄져야 하겠지만 핵 동결에 대응해 (북한에) 무언가 줘야 할 것이고, 나아가 핵시설 폐기, 핵무기 및 핵물질들을 폐기하는 단계에 들어선다면 무엇을 줄 수 있을지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2단계 북핵 해법 기조하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대북 보상책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북핵 해결을 위한 구상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에는 미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 발전 및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백악관 환영 만찬에 이어 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