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근이 세운 1985년 200m 한국新, 왜 안 깨지나?



“제 기록도 곧 깨지겠죠.” 한국 단거리 육상의 전설 장재근(55·화성시청 감독)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성적을 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어린 육상 선수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뛰는 것 같아요. 답답한 일입니다.”

한국 남자 육상 100m 기록에서 ‘서말구’라는 이름은 7년 전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에 의해 지워졌다.

김국영은 2010년 6월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을 기록하며 고(故) 서말구가 1979년 9월 9일 멕시코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후 4차례 더 자신의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10초07이라는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 육상 단거리는 ‘장재근’이라는 이름은 지우지 못했다.

한국 단거리 육상에서 가장 오래 깨지지 않은 기록이 바로 장 감독이 85년 9월 28일 자카르타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남자 200m의 20초41이다. 이후 나온 가장 좋은 기록은 20초65다. 전덕형(33·경찰대학)과 박봉고(26·강원도청)가 각각 2010년과 지난해 세웠다.

장 감독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90년대 후반 들어 선수들이 힘든 200m 육상 경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 기록을 깨기 어렵겠다는 부담감도 느낀 것 같다”면서도 “최근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 내 기록도 머지않아 깨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어 “박태환과 김연아의 등장으로 한국 수영과 피겨가 큰 발전을 이뤘다”며 “한국 육상에서도 김국영 같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육상 꿈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국영에게 “네가 앞장서서 한국 육상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봉기 전 육상 대표팀 총감독은 “한국에 실내 육상장이 대구 한 곳 밖에 없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겨울엔 스파이크화를 벗어야 한다”며 “우리도 일본, 중국처럼 실내 육상장을 많이 만들어야 단거리 육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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