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선우예권 “궁핍해 상금 생각하고 콩쿠르 나간 적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나이 제한 때문에 제가 참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기쁩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금의환향했다. 1962년부터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은 처음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우승 이후 많은 분들이 내 연주회를 찾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주자로서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라며 “내가 피아노로부터 얻는 치유와 행복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2014년 스위스 베르비에 방돔 프라이즈와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지금까지 한국 피아니스트로는 최다(8회)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부러운 기록이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나가야 했던 속사정도 있다.

“16∼17세 때부터 매년 평균 2∼4개의 크고 작은 콩쿠르에 나갔습니다. 연주기회 등 커리어를 쌓기 위한 것도 있지만 어릴 때는 우승상금으로 궁핍함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더 컸습니다. 그때 제게는 콩쿠르 외엔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콩쿠르에 자주 출전하다 보니 준비 부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경우도 있었다. 실례로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쇼팽 콩쿠르는 나태함과 자만심 때문에 준비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예선 당시 피아노를 치면서 스스로도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이번 콩쿠르는 다른 때보다 5∼6배 이상 준비했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다른 대회와 비교해 연주자가 준비해야 할 곡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올해 준비곡은 1차부터 4차 파이널 라운드까지 독주곡, 협주곡, 실내악곡 등 12곡이나 된다. 그는 “1차 라운드를 앞두고 부담감이 커서 괜히 콩쿠르에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자 음악에 온전히 내 자신을 맡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 예정됐던 그의 콘서트는 이미 매진됐다. 오는 1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팬들의 아쉬움이 다소 달래질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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