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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스페셜/월드] 자전거부터 인생상담까지… 中, 공유서비스 ‘빅뱅’





석 달 전 오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오포는 모바이크와 함께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가능하면 걷는 것이 좋아 길거리에 넘치는 오렌지색(오포)과 빨간색(모바이크) 공유자전거를 멀리했지만 이른 더위 속 시간을 아껴보자는 생각이었다. 중국인은 신분증 번호만 입력하면 되고 외국인이라면 여권을 들고 찍은 얼굴 사진을 올리면 비교적 쉽게 인증을 받는다. 보증금 99위안(약 1만6500원)을 내고 50위안(약 8300원)을 충전하니 20위안이 보너스로 추가됐다. 자전거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뜨는 비밀번호로 자전거 자물쇠를 열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1시간에 1위안(약 166원)이다. 벌써 30여 차례 이용했지만 잔액은 70.25위안(1만1660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공짜 이용권에 운 좋게 보너스 적립이 되는 자전거를 이용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공유자전거의 성장 “3년 뒤 자전거 안 살 것”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오포와 모바이크 가입자는 각각 436만명과 421만명을 기록했다. 파란색 ‘블루고고’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까지 포함하면 30여개 업체에 전체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오포의 최고경영자(CEO) 다이웨이는 “공유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생활은 변화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자전거를 사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성공에 힘입어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블루고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 200대 규모로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 5개 도시와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오포는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식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소개하고, 올해 7월 미국 10개 도시에 자전거 5만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미 싱가포르에 진출한 모바이크는 7월 중 일본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해 연내 일본의 10개 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다. 영국 맨체스터 등에서도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1000대로 시작해 수요에 따라 자전거를 늘리고, 영국 외 다른 유럽 도시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공유 아닌 임대 자전거, “자전거 90% 분실”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에 비해 시간은 반으로 준다. 기본요금 13위안(약 2100원)에 잡기도 힘든 택시를 타는 것에 비해서 훨씬 편리하고 공짜나 다름없다. 하지만 마냥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약속시간을 계산하고 빠듯하게 출발해야 할 때 고장 난 자전거를 서너 차례 연속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베이징의 경우 자전거 도로가 있긴 하지만 주차된 차량에 전동오토바이, 자전거까지 뒤섞여 위험천만하다.

내 것이 아니다 보니 아무데나 함부로 주차하고 파손된 자전거가 즐비하다. 베이징에만 10여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형형색색 공유자전거들이 경쟁적으로 인도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통행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상가 주인들이 자전거를 모두 걷어 내다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에 가짜 QR 코드를 심어 놓고 이용자의 돈을 빼가는 피싱도 성행하고 있다.

업체 난립 속에 첫 도산기업도 생겼다. 지난해 9월 자본금 10만 위안(약 1650만원)으로 출발한 충칭의 공유자전거 브랜드인 우콩자전거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관련 사업을 모두 철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우콩자전거의 경우 총 1200대로 시작했지만 사업을 철수할 때는 약 10%만 회수됐다. 레이허우이 사장은 “우리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포와 모바이크와 같은 대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업체들이 무료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언론, 자금, 정부지원 등은 모두 일등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공정한 경쟁이 어려웠다는 게 레이 사장의 설명이다.

원래 공유경제는 과소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는 인식 속에 등장했다. 판매 기업뿐 아니라 거래 당사자들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또 거래 자체가 자원의 절약과 환경 보호를 가능하게 하면서 사회 전체에 기여한다는 개념이 들어 있다. 애초 오포의 경우도 2014년 베이징대학 학생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낡은 자전거를 회수해 노란색 페인트를 칠해 다시 보급하는 시스템으로 시작, 공유경제 취지에 충실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공유자전거는 자원의 낭비와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유라는 것은 이름뿐이고 실제는 자전거 임대업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없는 게 없는 중국의 공유경제 서비스

공유경제의 대표 격은 디디추싱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8월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면서 중국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택시를 대체하는 승용차 중심에서 벗어나 출퇴근 시간에 이용 가능한 버스 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20개 도시에서 2000여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중국 공유경제 분야는 공유자전거를 거쳐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 소유의 주차장을 개방해 공유하는 주차장 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농구공, 휴대전화 충전기, 세탁기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공유할 수 있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다. 각종 보고서와 간행물을 업데이트해 공유하는 즈후(知乎)는 2011년 출범해 지난해 말 기준 회원 1700만명을 확보하고 월 이용객만 1억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회원 간 건강이나 재테크, 인생 문제 등 자유로운 주제의 질의·응답이 가능한 펀다(分答)가 출범했다. 온라인으로 진료상담을 해주고 병원 예약과 건강자문을 받을 수 있는 공유의료 서비스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여행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집을 숙박업소로 등록한 뒤 공유하는 공유주택 서비스도 동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공유경제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비교적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데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 새 성장동력으로 공유경제 키운다

중국 정부는 공유경제를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1일 국무원 회의에서 “중국 경제성장에 새로운 동력으로 공유경제를 신뢰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활용한 공유경제가 과잉 생산을 흡수하고 다양한 신사업 모델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나 자원 제공업체,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침이 승인됐다.

공유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 공유경제 발전보고 2017’에 따르면 2016년 공유경제 시장 거래액은 3조4520억 위안(약 574조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공유경제 서비스 이용자는 6억명으로 전년 대비 1억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취업자는 58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증가했고,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전년보다 1000만명 이상 증가한 6000만명에 달한다. 보고서는 중국 공유경제가 연간 40% 성장세를 이어가 2020년에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 2025년에는 2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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