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친환경 탈취제·살균수 '인기몰이'… 기술력의 승리

악취제거·살균 제품 생산 전문기업인 ㈜에이시티의 소현수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공장 안에서 대표 브랜드인 '클린비' 제품과 LED 조명 등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에이시티 기업부설연구소(위)와 악취 제거·살균 제품 '클린비하트'(아래),
 
본사 입구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클린비 LED' 조명 제품의 모습.
 
소현수 대표


전북 정읍시 하북동에 있는 제2산업단지에는 70곳 가까운 중소기업이 들어서있다. ㈜에이시티는 악취 제거와 살균제품 생산 전문회사다. 2011년 1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일 취재를 위해 회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30여종의 LED 조명이 입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내부에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났으나, 공장 특유의 매캐한 내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낯선 얼굴을 봤음에도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추가 취재를 위해 3일 뒤 다시 회사를 찾아갔을 때는 회사가 퍽 친근하게 느껴졌다.

“건강한 삶, 깨끗한 세상을 위하여….”

에이시티는 실생활에 흔히 쓰이는 친환경적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벌집 모양의 탈취제와 살균수를 주로 생산한다. 대표 브랜드는 ‘클린비(CleanBee)’.

히트상품은 ‘냉장고용 탈취 촉매제’다. 삼성전자와 일본 마쓰시타 등에 납품했다. 그 가운데 삼성냉장고 안에 들어간 이 회사의 탈취·항균 소재 제품은 1000만개쯤 된다.

비데용 탈취 촉매제는 웅진과 노비타·IS동서·도비도스 등 주요 비데 제조사에 공급했다. 비데용 탈취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이밖에 청정기용 탈취 필터는 청호나이스에, 생활 탈취 필터는 옥시와 앨트웰텍 등에서 대부분 구매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력 상품은 친환경 탈취 살균수다. 유아용, 의료섬유용, 동물용, 주방용, 손소독용, 여성휴대용 등 6종류나 된다. 인체에 해가 없고 탈취 성능이 좋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 초 한 방송에 소개되자 문의와 판매가 급증했다. 세탁용품·세제 관련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4위와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품을 구매했던 한 사용자는 이런 구매후기를 남겼다. “예전에는 구이와 청국장·찌개 등을 끓인 후 창문을 한 시간 정도 열어놓았는데, 이제는 클린비하트 주방용 탈취제 싹∼뿌리고 10여분만 환기 시켰어도 냄새가 90%는 빠진 듯하다. 화장실에도 신발장에도 클린비하트! 싸∼악, 칙칙∼. 안전하고 좋은 제품 감사하다^^.”(ID:sm7**)

또 다른 후기는 이렇다. “애견용 구입했다. 한마디로 너무 감사하다. 강아지 비듬과 피부병으로 2년 넘게 고생을 했다. 단지 주변 소독용으로 구입했는데, 며칠 만에 비듬, 딱지가 줄어드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설마 설마하며 사용빈도를 높인 결과 정말 많이 나아졌다.”(ID:로**)

지난해 ‘1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제품의 밑바탕은 기업부설연구소다. 고가의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 회사는 연구개발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에이시티는 국내 유일하게 ‘소형 하니컴형 탈취제 압출 성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살균과 관련 국내 처음으로 ‘피부 자극이 없는 중성의 고농도 차아염소산수’를 개발했다.

미세먼지 문제로 청정기시장이 커지면서 탈취 필터 수량은 급증했다. 2015년 ‘클린비 제로 탈취제’에 이어 지난해 ‘클린비 하트 탈취살균수’가 중기제품 거래촉진지원사업(HIT 500)에 선정됐다.

14명의 직원이 지난해 3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수출이다. 지난해 태국에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해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중국과 일본 수출 길도 뚫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영주(30) 계장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전 세계에서 쓴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LED 조명’도 인기몰이

에이시티는 지난해 큰 도전에 나섰다. 사업 다변화를 위해 ‘친환경 LED 조명’ 생산을 시작한 것. 이름도 ‘클린비 LED’라 붙였다. 일반 조명은 물론 한지를 입힌 제품도 생산, 입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채범(43) 이사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탈취·살균 분야 못지않게 앞으로 든든한 기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시티는 젊은 기업이다. 창업한지 7년도 되지 않았다. 소현수(43) 대표 등 3명을 제외한 직원 모두가 20∼30대다. 그러나 남다른 기술력으로 앞날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2018년 매출 50억원, 2021년 100억원 달성.’ 2번에 걸쳐 회사를 찾아 직원들과 만나보면서 이 회사의 목표가 그리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현수 대표 "딸을 위한 아빠의 마음으로 인체무해 제품 만들어요"

"생활 주변에서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탁월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모두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에이시티 소현수(43·사진) 대표는 전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광촉매·탈취촉매' 등을 연구한 뒤 12년간 관련 회사에 다니다 독립했다.

소 대표는 초창기부터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전담부서에 이어 부설연구소까지 열었다. 이어 일본과 대만 등지를 방문해 앞선 기술을 익혔다. 국내 최초로 '피부 자극 없는 중성의 고농도 차아염소산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메르스 사태가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활 관련 살균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살균 물질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했지요."

그는 '애착'과 '참여', '협의'를 강조한다. 일할 맛 나는 회사, 개인과 공동체의 꿈을 실현하는 회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결혼하고 6년 동안 아이가 없었어요. 맘고생이 심했죠. 여러 번의 시험관 아기 실패 후 미련을 버리자고 할 때, 감사하게도 일반 수정으로 아이를 얻게 되었습니다. 무지무지 기뻤죠."

소 대표는 "당시 아이를 얻어 감사한 마음이었으나,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접하게 됐다"며 "해롭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살균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다졌고 친환경 탈취 살균수 제조에 올인했다"고 회고했다. "요즘 14개월인 딸을 보는 재미로 산다"는 그는 클린비하트 제품 포장에 '딸을 위한 아빠의 마음으로 만듭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좋은 제품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소 대표는 또 다른 꿈을 얘기했다.

"다음 목표는 물티슈 등에서 사용 가능한 좀 더 안전한 항균 물질, 그리고 실내나 차량 내에서 흡입하게 되는 알데히드류의 물질과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정읍=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