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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기 좋아요”… SNS 덕에 뜨는 책들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서점 진열대 위에 놓여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책은 SNS에서 인기 있는 책들이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언어의 온도’(글말터)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의 공통점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자주 인용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교보문고가 상반기 베스트셀러 1, 2위로 발표한 ‘언어의 온도’와 ‘자존감 수업’은 저자가 유명하지도 않고 출판사가 크지도 않다. ‘언어의 온도’ 저자이자 글말터 대표인 이기주 작가는“지난해 '언어의 온도' 출간 후 전국 주요 서점을 돌며 책을 알렸고 온라인상에선 SNS를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했다"고 말했다‘자존감 수업’을 낸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는 26일 “20·30대 젊은 층이 이 책을 좋아하는데 이들은 주로 SNS로 소통한다”며 “독자들이 SNS에 책 내용을 많이 올리다 보니 노출이 많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언어의 온도’는 인스타그램에 2만8600여 차례 인용됐다. 한 달 뒤 나온 ‘자존감 수업’도 같은 곳에서 1만800여개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4월 출간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도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만 벌써 5500여개를 넘어섰다. 김도훈 예스24 마케팅디렉터는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된 글과 그림이 수록된 에세이가 출판시장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책들은 공유하기 좋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문장이 짧다. ‘언어의 온도’는 308쪽짜리 손바닥 크기 책이다. 88개 제목 아래 3쪽 안팎 글이 실려 있다. 글에는 여백도 많다. 한 독자는 인스타그램에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248쪽)를 사진으로 찍은 뒤 “복잡한 마음이 답을 얻은 기분”이라고 써서 올렸다.

책 내용은 주로 지친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들이다. ‘언어의 온도’는 말 글 행동을 따뜻한 시선으로 되새기는 글 모음이다. ‘자존감 수업’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어떻게 나를 지키고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에는 일기 쓰기, 갈등 지점 그리기, 롤 모델 정하기 등 구체적인 실천 사항이 나와 있다. 한 독자는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로 제시된 ‘나를 위한 선물고르기’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은 뒤 “나에게 선물을 줘야한다”는 메모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만화 ‘보노보노’ 캐릭터처럼 소극적이고 걱정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응원하는 에세이다. 캐릭터 그림이 에세이 중간 중간에 실려 눈길을 끈다.

이 세 권의 책은 SNS에서 많이 공유되면서 판매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세 책 모두 SNS에 발췌하기 좋은 문장과 그림들로 구성돼 있다”며 “독자가 감동받은 문장을 SNS에 올리면 그게 다시 홍보가 돼 다른 사람이 사게 되면서 ‘SNS 전파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위로를 소비하는 독서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소장은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단문이 인기를 얻는 시대”라면서도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도전이라는 적극적 태도를 고양하기 보다는 좌절을 주로 위로하는 데 머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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