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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거주 EU시민 권리 보장”… ‘위기의 메이’ 몸 낮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사진)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정상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AP뉴시스·신화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국 거주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에게 브렉시트(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드 브렉시트(단일시장·관세동맹 탈퇴)를 강조해온 메이 총리가 한발 물러서면서 영국과 EU의 ‘합의 이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이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EU 정상회의에서 “합법적으로 영국에 거주 중인 EU 시민은 출국을 요구받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EU 시민이 떠나길 강요받거나 가족과 흩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 거주 중인 EU 회원국 국민 약 300만명은 향후 보건, 복지, 연금,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영국인과 거의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영국 정부는 특정일을 기준으로 5년 이상 거주자에게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할 계획이다. 또 이미 영국에 입국한 경우 정착 지위 확보에 필요한 5년을 채울 때까지 체류를 허용할 방침이다. 기준 시점은 브렉시트 의사를 공식 통보한 지난 3월 29일부터 협상 마감 시한인 2019년 3월 30일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시민의 영국 거주를 보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메이 총리의 이번 발표는 EU 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연이은 테러와 화재 참사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협상만은 잡음 없이 이끌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메이 총리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 시민의 법적 관할권을 갖는 문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협상의 좋은 시작점”이라면서도 “미해결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틀이 아닌 독자적인 공동안보체제 구축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3개월 내 마련할 방침이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發) 대서양 동맹 약화에 맞서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EU의 방위력 강화를 공동 목표로 설정했다.

유럽의 르네상스를 주창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첫 EU 정상회의에서 공동안보체제 구축안, 유로존 공동예산안 등 개혁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했다. 침체된 유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그간 사실상 홀로 EU를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강한 EU 행보에 “전진을 위한 활기와 기백이 조성되고 있다”고 반색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유럽은 슈퍼마켓이 아닌 운명공동체”라며 EU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회원국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해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반발을 샀다.

한편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전 협정 이행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보고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내년 1월까지 6개월 연장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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