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벼랑 끝 IS, 800년 인류유산 대모스크 폭파

이라크 북부 모술의 알누리 대사원이 21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받아 무너져 있다. 이라크 정부군이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원래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파괴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원 폭발 때 함께 무너진 높이 45m의 기울어진 미나렛이 온전했을 때의 모습. AP뉴시스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1일(현지시간) 세계적 문화유산인 알누리 대(大)사원을 폭파했다. 이 사원은 12세기 축조된 것으로 이라크를 대표하는 유적 중 하나다. 알누리의 명물이자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높이 45m의 기울어진 미나렛(첨탑)도 함께 파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IS의 만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이런 사실을 발표하면서 파괴된 사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무너진 알누리 대사원은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사원은 이라크 장기(Zangid) 왕조의 누르 앗딘 장기가 1172∼1173년 모술을 점령한 뒤 지었다. 이라크 화폐에도 등장할 만큼 의미와 역사성을 인정받던 건축물이었다.

IS는 폭파가 미군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탈환이 임박하면서 IS가 ‘마지막 발악’ 차원에서 사원 파괴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IS의 사원 파괴는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과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라크군은 성명을 통해 “모술을 점령할수록 더 많은 저항이 일어난다”면서 “사원이 파괴된 시점은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 탈환 작전의 최종적인 목표로 삼았던) 알누리 대사원을 불과 50m 앞둔 때였다”고 밝혔다.

IS의 역사유적 파괴는 처음이 아니다. IS는 이들 유적들이 우상숭배 및 이단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줄곧 파괴해 왔다. 올 초 IS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리아 팔미라 유적의 고대 원형 경기장을 훼손했다. 2015년 3월에는 이라크 북부 고대 도시 니므루드를 파괴했다. 2014년 6월에는 기독교 성지인 이라크의 ‘요나의 무덤’을 파헤치고 교회를 훼손해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IS의 역사 말살 행위가 더욱 우려되는 건 어떤 논리도 없이 무분별하게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워 종교 명소 위주로 파괴했지만 지금은 타격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했다.

모술 탈환을 앞두고 IS의 저항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16일 IS가 민간인 10만명 이상을 인간방패로 억류해 놓고 있다고 발표했다. 근거지를 옮길 때마다 인질을 끌고 다니면서 방패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수세에 몰리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량학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충격적 증언도 나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