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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의 낙타 수난

더뉴아랍


이란과의 종파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와 단교 이후 봉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자국 내 방목지에 있던 카타르의 가축들까지 추방했다. 인간들의 싸움이 불러온 일방적인 조치로 애꿎은 낙타와 양이 모진 고초를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걸프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는 자국 내 카타르인에게 2주 안에 사우디를 떠나라고 통보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이들의 낙타와 양도 모두 내쫓았다.

국토 면적이 경상남도 크기에 불과한 카타르는 가축을 키울 만한 이렇다 할 목초지가 없어 이웃나라 사우디의 방목지를 임차해 낙타와 양을 키워왔다. 초대형 가스전이 개발되기 전만 해도 유목민이었던 카타르인들에게 낙타는 삶의 동반자이자 문화와 전통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사우디의 일방적인 결정에 낙타 1만5000여 마리와 양 1만여 마리가 국경을 넘어 카타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료와 물 부족, 고온 등으로 많은 가축이 죽었다(사진). 사우디가 전기봉과 곤봉, 차량 등으로 낙타와 양을 국경까지 몰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당국은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온 자국 가축 떼에게 먹일 건초와 물을 국경에 설치한 긴급 보호시설에 실어 나르고 있지만, 앞으로 가축을 돌볼 방안을 찾기 어려워 난감한 상태다.

사우디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는 카타르 현지에선 멕시코 불법이민 방지용 장벽을 세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대 사우디가 카타르 가축 방지용 국경장벽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는 풍자 기사까지 등장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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