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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 이어 브뤼셀… 극단주의 ‘자폭 성지’ 전락한 유럽


 
벨기에 경찰이 20일(현지시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수도 브뤼셀 지하철 중앙역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테러 공격을 벌인 남성은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뒤 소규모 폭탄을 터뜨렸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범인은 군이 쏜 총에 숨졌다.AP뉴시스


최근 유럽에선 끊이지 않는 테러에 일상적인 삶마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테러 공격에 유럽에서 살거나 유럽에 가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도심 번화가나 집회 현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하고, 저녁 외출을 삼가는 자발적인 통행금지를 실시해야 할 정도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자폭 성지’가 된 유럽에선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의 공포가 횡행한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자들이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평범한 소시민과 평화로운 일상의 현장을 노리고 있다.

테러 공포에 잠식당한 유럽의 모습은 유럽연합(EU) 경찰기구 ‘유로폴’이 지난주 공개한 ‘EU 테러 상황 및 동향 연례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혐의로 체포된 사람의 수가 2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연루돼 체포된 용의자는 총 718명으로 2014년 395명에 비해 현격히 증가했다. 테러 희생자는 총 14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95%에 해당하는 135명이 지하디스트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는 특히 상대적으로 경계가 소홀한 여성과 어린이, 젊은 성인들이 테러 공격의 새로운 실행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을 전후로 폭증한다는 ‘패턴’이 중동지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굳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2일 벌어진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를 비롯해 런던브리지 테러(6월 3일), 런던 모스크 테러(6월 1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테러(6월 19일), 벨기에 브뤼셀 테러(6월 20일) 등이 전부 올해 라마단 기간(5월 27일∼6월 25일)을 전후해 발생했다.

라마단 기간에 테러가 집중되는 이유는 테러범이 기왕이면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때에 순교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IS도 라마단을 맞아 조직원과 추종자들에게 공격을 부추기는 지령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유포한다.

IS는 올해도 유튜브를 통해 유포한 영상에서 “IS의 땅에 올 수 없는 유럽의 이슬람교도 형제들이여 본토에서 그들의 집과 시장, 도로, 광장을 공격하라”고 추종자들을 종용했다.

테러 발생 시간이 주로 밤 9시부터 11시 사이에 몰려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패턴이다. 최근 발생한 굵직한 테러들 중에도 유독 이 시간대에 발생한 것들이 많다. 테러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무슬림의 기도시간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한다.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해야 하는 이슬람교도에게 하루의 마지막 기도는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끝난다. 마지막 기도까지 다 마친 테러범이 계획한 현장으로 이동해 기회를 엿본 뒤 테러를 벌이면 이 시간대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각국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가급적 라마단 기간엔 유럽이나 중동으로 여행과 출장을 가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또 현지에서도 밤 9시 이후엔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극단주의 테러가 최근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한참 더 진행될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진다. 중동에서 계속 밀려나는 IS 세력이 향후 유럽 등으로 잠입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유럽 내의 무슬림들도 빈부 격차 등에 대한 불만으로 점점 더 극단화되고 있어 테러는 앞으로도 계속 터져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여기에다 최근 영국에서 백인 남성이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혐오 공격을 저지르는 등 테러가 또 다른 테러를 낳는 ‘피의 악순환’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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