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기술, ‘영화=극장’ 고정관념도 깼다



IT기업의 영상 플랫폼 장악이 현실화하고 있다.

21일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기준으로 1분기에 IT기업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사상 최초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1분기 미국 가입자는 5085만명이고 케이블TV 가입자는 4861만명이었다. 5년 전만 해도 케이블TV와 넷플릭스 가입자는 각각 5026만명과 2341만명으로 케이블TV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터넷을 통해 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OTT)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고품질의 자체제작 드라마를 앞세워 케이블TV 가입자를 잠식해 왔다. 미국에서는 OTT 때문에 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하는 ‘코드 커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서만 영상을 시청해온 ‘코드 네버’ 세대가 등장하면서 영상 플랫폼의 중심이 OTT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기존 방송 시장에 균열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넷플릭스는 이제 영화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신호탄이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통해 ‘영화=극장’이라는 상식을 뒤집으려고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키로 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런 시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극장과 온라인에 동시 상영하는 방식이 기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칸 영화제에서도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초청할 수 있는가”라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CGV,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옥자 상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멀티플렉스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중소 상영관은 옥자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00여곳의 상영관이 옥자를 상영키로 했고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로 다른 영역의 업체들끼리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선택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강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도 영상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최근 소니픽처스에서 TV분야 임원 제이미 에릭, 잭 반 엠버그 등 2명을 영입했다. 이들은 ‘브레이킹 배드’ ‘베터 콜 사울’ 등 인기 드라마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들은 애플의 비디오 콘텐츠 제작 전반을 담당한다.

기존 방송 강자들도 IT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타임워너는 앞으로 2년간 스냅챗에서 광고와 자체 동영상 제작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타임워너는 양질의 콘텐츠를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에 선보일 기회를 얻었고 스냅은 강력한 콘텐츠 제작 파트너를 만나 동영상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스냅과 타임워너는 3∼5분 분량의 뉴스, 드라마, 코미디,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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