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외교 성과인데 국민은 분노… 北·美관계 ‘새 변수’로

북한에서 지난 13일 석방돼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에서 지난 13일 석방돼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북·미 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번 일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어쨌거나 북·미 간 ‘외교적 행위'를 통해 귀국했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혼수상태로 귀국한 데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은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면서 더욱 분노하는 모습이다. 프레드는 기가 막힌 심정을 강조하려고 아들이 모범생으로 칭송받으며 졸업한 오하이오주 와이오밍고교에서 회견을 했다. 또 아들이 지난해 2월 북한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할 때 입었던 재킷을 입고 회견에 나섰다.

프레드는 “북한이 아들의 상태를 1년 넘게 숨기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것에 분노한다”면서 “악질적인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현 정권의 대북 접근 방식도 비교했다. 프레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를 구하려 했다. 진짜 자애로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정권의 로키(low key·절제된 외교) 전략 때문에 결국 아들이 혼수상태로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이런 발언에는 프레드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한테 위로전화를 받은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야 웜비어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임 정권과의 ‘외교적 실적’이 비교되는 대목임에 틀림없다.

미 국무부도 외교적 노력을 내세웠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웜비어 송환은 협상이 아니었고 돌려받은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북한과 수개월간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를 펼쳐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웜비어 석방 과정에서 북한도 ‘성의’를 많이 보였다. 우선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중순 주평양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가 웜비어를 만날 수 있게 해줬다. 아울러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2일 방북했을 때 웜비어 외 다른 미국인 억류자 3명과의 만남도 허용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혼수상태에 빠진 지 얼마 안돼 찍은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도 미 의료진에게 넘겼다.

이날 미 의료진은 웜비어가 자가호흡을 하고 눈도 깜박이지만 뇌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주장한 식중독균인 보톨리누스균 감염 증거는 없지만 동시에 신체적 학대나 골절상 흔적도 없다고 밝혔다. 뇌손상 이유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의학적으로 북한을 매도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태다. 이는 북·미를 외교적으로 계속 잇게 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국무부는 남은 3명의 석방을 위해 매달리겠다고 밝혀 당분간 ‘조용한 외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다만 웜비어 병세 호전 여부, 미국 내 여론 추이, 3명 석방 여부 등에 따라 북·미 관계가 계속 냉온탕을 반복할 전망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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