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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사퇴하겠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8시40분쯤 전격 사퇴했다. 최현규 기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정부 장관 후보자 중 1호 사퇴다. 문재인정부 핵심 개혁 과제인 검찰 개혁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안 전 후보자는 16일 오후 늦게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시간부로 법무부 장관 청문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며 “저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脫)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밟고 검찰 개혁의 길로 나가 달라.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저 또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지난 11일 지명된 지 5일 만이다. 안 전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외에도 여성 비하 저서 문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경력 허위 기재 논란 등에 시달려 왔다.

안 전 후보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허위 혼인신고는 잘못했으나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은 저의 20대 중반, 청년시절에 저질렀던 일”이라며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사과했다. 허위 혼인신고가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직접 언론 앞에 선 건 안 후보자와 청와대 모두 사안의 심각성과 위기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가 논란이 되는 사안에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도 처음이었다.

안 전 후보자는 1975년 12월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3개월 만에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는 “저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회견문에 ‘사죄’ ‘후회’ ‘반성’이란 단어를 세 번씩 썼다.

다만 개인사 영역으로 한정하면서 공직 수행 자질 문제와는 분리시키려 했다. 안 전 후보자는 “모든 흠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망이자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 있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했다”며 “국민이 기회를 주신다면 정식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잘못은 했으나 사퇴할 정도의 과오는 아니며, 검찰 개혁 명분을 내세워 국회 인사청문회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안 전 후보자는 2014년 고교 재학 중이던 아들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징계가 경감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안 전 후보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안 전 후보자에게 등을 돌렸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 제기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결국 안 전 후보자는 기자회견 10시간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달리 여성에 대한 어긋난 인식, 사생활 등 사안의 질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청와대는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법무부의 탈검사화와 검찰 개혁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2·3면

강준구 지호일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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