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장본인’과 닮은 듯 다른 ‘주인공’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 ‘장본인(張本人)’입니다. 예전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한 사람에게만 쓰는 말로 인식됐었지요. ‘일이 이 지경이 되게 한 장본인’처럼. 그러나 ‘그는 자식을 앞세운 아픔을 겪은 장본인으로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누구보다 진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같이 말할 수도 있게 의미가 확장돼 쓰입니다. ‘당사자’의 의미로 쓰는 것입니다. 장본인이 ‘나쁜 놈’만을 이르는 말은 아니지만 ‘미국 프로야구 추신수가 역전 홈런을 쏘아올려 팀 승리의 장본인이 됐다’는 표현은 매우 어색하지요.

‘장본인’과 비슷한 뜻이지만 지향(志向)이 다른 말로 ‘주인공’이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이르는 말이지요. 위에서 추신수도 ‘주인공’이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은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처럼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이르기도 합니다.

‘장본인’을 줄여서 ‘장본’이라고도 하는데, ‘흡연은 일만 병의 장본이다’처럼 어떤 일이 크게 벌어지게 되는 근원이라는 뜻입니다.

이른바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요. 시비를 엄정하게 가려야 합니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기를 어지럽힌 장본인들이 있다면 엄히 책임을 물어 나라의 내일을 이끌 주인공들이 거울로 삼도록 해야 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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