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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카드 받은 학생들 “볼링 치러 갈 거예요”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아동·청소년 동행(同幸)카드’를 처음으로 발급받으러 온 정예인(13)양에게 직접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제공


국내 첫 아동수당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는 서울 성북구의 ‘아동·청소년 동행(同幸)카드’가 15일 발급을 시작했다.

월곡2동 주민센터에서는 이날 낮 12시50분쯤 첫 번째 동행카드가 발급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주민센터에 나와 월곡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카드를 직접 발급했다. 정예인양과 친구 6명이 제일 먼저 카드를 받았다. 이들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카드 신청서를 들고 학교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의 월곡2동 주민센터를 찾아왔다.

김 구청장이 카드를 건네며 “공부 말고 딴 짓 하라고 주는 거야”라고 말하자 학생들의 환호가 터졌다. 카드를 어디에 쓸 거냐고 주민센터 직원이 묻자 학생들은 “볼링 치러 갈 거예요” “연기학원에 가고 싶어요”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이날 자녀의 카드 발급을 지켜보기 위해 주민센터에 동행한 한 학부모는 “아이들 문화생활에 들어가는 돈이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동행카드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주소를 둔 만13세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동행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성북구청이 올해부터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 처음으로 연 10만원을 적립한 동행카드를 발급하기 때문이다. 올해 성북구 동행카드 발급대상자는 3900여명이고, 총 4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상태다.

정양과 친구들이 받은 동행카드 안에는 5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적립돼 있다. 성북구는 동행카드에 상·하반기 각각 5만원씩 포인트를 넣어준다. 하반기 적립분은 다음 달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지난 달 동행카드 발급 계획을 발표한 후 서대문구 등 서울시내 자치구 5곳과 광주광역시, 여수시 등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해 왔다”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김 구청장도 “아동·청소년 동행카드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의 전국적 사업으로 시행할 것을 새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동행카드는 성북구에 미리 등록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날 카드를 들고 가맹 서점에 간 월곡중학교 학생들은 참고서를 사려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서점 주인이 ‘참고서는 살 수 없다’고 적힌 동행카드 사용 안내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다.

성북구는 놀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래 취지에 맞추어 동행카드의 용도를 문화·예술·체육 활동, 진로 체험 등으로 제한했다. PC방, 노래방, 참고서 구입 등에는 이용할 수 없다. 학생들은 참고서를 살 수 없다는 말에 잠깐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스마트 걸’ ‘집밥 한 끼’ 등 다른 책들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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