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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최측근’ 정동춘, K스포츠재단 계좌 275억 인출 시도했다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단골로 다니던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했던 정동춘(56·사진)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현 이사)이 지난주 시중은행 2곳에서 대기업들의 재단 출연금 등 275억원이 보관된 재단 법인계좌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은행 측은 해당 계좌가 거래중지 계좌로 분류된 점을 감안, 경찰과 재단 측에 문의해 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K스포츠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재단 설립 허가가 취소되고 청산 절차를 밟는 만큼 이사가 법인계좌 자금 인출을 시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전 이사장은 “인출 시도가 아니다”며 “직원들의 월급, 공과금을 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과 K스포츠재단 등에 따르면 정 전 이사장은 지난 7일쯤 서울의 시중은행 지점 2곳을 방문, 재단 법인계좌에서 자금 인출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두 지점은 K스포츠재단이 자금을 보관해 온 장기 방카슈랑스(은행·보험 제휴 금융상품)와 연계된 은행들이었다. 해당 상품 계좌에는 재단이 지난해 2∼8월 현대차 등 대기업 16곳에서 기부받은 288억원 가운데 지출액을 뺀 275억원가량이 들어 있었다.

당시 정 전 이사장을 응대한 은행들은 경찰과 재단에 연락해 돈을 인출해도 되는지 다시 문의했다. K스포츠재단 이사회는 지난 1월 5일 정 전 이사장을 해임한 뒤 같은 달 19일 은행권에 법인계좌 거래 및 지급중지를 요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도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정 전 이사장이 해임 직후 법인계좌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바꾸고 법인인감 등을 들고 나갔기 때문이었다. 남은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급여를 못 받을 상황까지 무릅쓰며 정 전 이사장의 사적 거래를 우려, 계좌 거래중지를 신청했다. 매주 월요일 자금 상황을 보고해 오던 문체부에는 “정 전 이사장의 행위로 자금 상황 파악 및 보고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정 전 이사장은 해임 후 이사회 결의 효력을 둘러싼 가처분 소송을 벌였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사장 임기는 끝났지만 이사직은 유지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받았다. 그는 이 결정문을 지참하고 은행 2곳을 찾았지만 “여전히 이사장은 아니다”는 해석에 부딪혔다. 이에 정 전 이사장은 8일 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정 전 이사장은 국정농단 사태 직후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한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었다. 정 전 이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처분 결정문만 은행에 가져다준 것”이라며 “재단에 필요한 공과금 등 운영경비 인출 가능성이 있는지만 확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정 전 이사장이 인출을 시도한 사실 자체를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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