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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에 충실” 젊은 욜로族 는다



처음엔 딱 1년만 생각했다. 김모(24·여)씨는 2015년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워홀)를 가면서 1년만 경험해 볼 생각이었다. “영어 공부도 하면서 일할 수 있다니 매력이 있어 보였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선 빵집과 커피숍에서 일하며 10개월을 지냈다.

지난해 6월 귀국한 김씨는 5개월 뒤 다시 홍콩으로 워홀을 떠났다. 연말에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나라로 워홀을 갈 생각이다. 김씨는 “다음엔 독일이나 캐나다를 가려고 생각한다”며 “서른 살까지 계속 워홀을 신청해 가능한 다양한 나라를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모(26)씨도 2015년 일본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호주 멜버른에서 두 번째 워홀을 하고 있다. 토마토 농장에서 일했고 지금은 커피숍에 출근한다. 신씨도 처음엔 문화 체험과 반짝 돈벌이가 목적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대부분 국가가 워홀을 허용하는 30세까지 꽉 채워 외국에서 지낼 계획이다. 그 뒤엔 이민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신씨는 “한국은 제 또래의 취업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직장에 다니며 살아가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며 “한 번뿐인 삶인데 나중에 귀국하게 되더라도 외국에서 여러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카카오톡으로 답했다. 김씨도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갑갑했다”며 “취업을 위해 하루 종일 스펙 쌓기에 매달리며 사는 또래들 모습도 안타까웠고, 무엇보다 취업에 성공해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고 두 번째 워홀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워홀은 국내 만 18∼30세 이하 젊은이들이 협정 체결 국가에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일본 등 21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박한진 워킹홀리데이협회 팀장은 “한 번 워홀을 경험한 사람 중에는 곧바로 또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가 꽤 있다”며 “4번을 다녀오고 다섯 번째 워홀을 준비하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의 워홀 참가자 수는 2014년 3만7058명, 2015년 3만8481명, 지난해 3만9950명으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5만명을 넘었던 것보다는 적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 있다. 결혼이나 노후 준비 등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이 순간의 삶에 충실하자는 가치관을 나타내는 말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의 인생을 즐기고 앞으로의 인생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가 국내에서 줄어들고 있고 해외여행으로 더 자유로운 문화를 경험한 젊은이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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