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청춘리포트] 무시·숨기·이사… ‘SNS 피난’



올 상반기 한 유통업체에 취직한 양모(27)씨는 최근 평소 즐겨 이용했던 SNS인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시켰다. 회사 상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양씨의 계정으로 친구 요청을 보냈기 때문이다. 양씨는 “경력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어려운 상사인데, 개인적인 인터넷 공간마저 그분에게 공개하기 싫어 아예 비활성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상사가 ‘왜 친구신청 받지 않냐’고 물어보면 ‘페이스북을 안 한 지 오래됐다’고 말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회사 상사들을 피해 ‘자발적 SNS 난민’이 되는 젊은 사원이 늘고 있다. 기존 SNS 계정을 없애고, 회사용 계정을 따로 만들거나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SNS로 이동하는 등 인터넷 공간에서 직장 상사·동료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이들이 ‘SNS 피난길’을 가는 이유는 SNS에서만이라도 일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원들이 직장 상사의 SNS 간섭에서 벗어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친구 신청을 거부하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여)씨는 재작년 부장으로부터 친구 신청을 받았다. 김씨는 아직까지 친구 신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정말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 신청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앞으로도 친구는 받아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은 개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고 가끔은 회사 이야기도 올리는데 굳이 직장 상사에게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SNS에서 회사 간섭을 피하는 묘수는 다양하다. 우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회사용 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4년차 회사원 최모(28·여)씨는 입사하자마자 페이스북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애초 사용하던 계정이 있었지만 대학 시절 사진 등 개인적인 게시물이 많은데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공개했다가 괜히 회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의 회사용 계정에는 회사 홍보물 등 일과 관련된 내용만 올라와 있다. 사적인 내용은 숨기면서도 SNS에 회사 홍보 내용을 올릴 정도로 일은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회사용 SNS 계정이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내용이 있는 기존 SNS를 아예 탈퇴하고 회사용 계정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5년차 회사원 정모(31·여)씨는 사내에서 한 사건을 보고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정씨가 속한 팀의 팀장은 ‘무대뽀’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에 한 팀원이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올렸다. 다음날 아침 누군가 그 게시물을 인쇄해 팀장 책상에 갖다놓았다. 이후로 팀장과 게시물을 올린 팀원은 사이가 껄끄러워졌고, 지금까지도 둘은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정씨는 페이스북에 글 하나 잘못 올렸다가 회사생활이 꼬일 수 있다고 생각해 페이스북 탈퇴를 결정했다. 그는 지금은 회사용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업무용 게시물만 올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회사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계정을 닫고 다른 종류의 SNS로 ‘이사’하는 젊은 직원도 있다. 새로운 ‘전입 신고지’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부터 직장인이 된 정모(26·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회사 사람들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게 싫다. 한번은 정씨가 회사 동기의 친구 신청을 거절한 것까지 “왜 그랬느냐”며 간섭한 적도 있다. 그는 이제는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SNS를 옮겼다. 정씨는 “부모님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인스타그램은 아직까지는 젊은 세대 위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사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데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젊은 사원들이 회사 상사·동료를 피해 SNS 계정을 닫거나 다른 SNS로 이동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개인 공간인 SNS를 회사 사람들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아서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8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동료와 SNS 친구 맺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이 37.3%로 ‘긍정적’(31.9%), ‘잘 모르겠다’(30.9%)보다 높았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복수응답)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개인 일상이 공개되기 때문에’(73.1%), ‘일과 삶이 양립되지 않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33.6%), ‘SNS를 하면서도 회사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해서’(30.8%) 순이었다.

윤성민 손재호 이재연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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