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에서 화장품까지… 매실의 ‘무한 변신’











매실의 본 고장 전남 광양의 3월은 하얀 매화꽃이 운해를 이루고 6월은 영글어진 매실 열매가 탐스럽게 매달려 산자락마다 초록빛깔을 더없이 선명히 그려낸다.

광양매실은 긴 일조시간, 풍부한 강수량, 비옥한 토양에서 생산돼 향이 진하고 색이 선명하다. 피로 해소 물질로 알려진 ‘구연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과즙이 많고 당도와 산도가 높아 전국 최고 품질의 매실로 인정받는다. 광양매실은 1881년에 첫 재배를 했다는 기록이 문헌에 나온다. 지금부터 136년 전이다.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와 청매실농원

전국 최초로 매실을 집단으로 식재한 곳이 섬진강변에 있는 매화마을이다. 명인 홍쌍리(74)씨의 시아버지 김오천옹이 1931년 밤나무와 함께 매실을 심었다. 벌써 90년 가까운 역사다. 홍씨는 1965년 이곳으로 시집온 지 1년 뒤인 1966년에 시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돈이 되던 밤나무를 한그루씩 베어내고 매화나무를 심었다. 30여년이 지나 이곳은 전국 최고의 매화마을이 됐다.

지난 11일 오후 광양 청매실농원을 찾았다. 농원 사이사이로 아낙 40여명이 매실 따기에 분주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딴 매실은 어느새 바구니에 수북이 쌓인다. 선별기 위로 옮겨진 매실은 작업자 20여명의 매서운 눈썰미를 따라 각자의 상품 바구니로 분류됐다.

청매실농원 매실전시판매장 앞에서 방문객과 마주하며 일일이 응대해주는 홍씨를 만났다. 홍씨는 “배탈이나 식중독에 걸린 마을 사람들에게 매실을 즙내 푹 고아서 먹였더니 나았다”고 회고한 뒤 “매실을 약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밥상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식품 명인 14호로 지정된 홍씨는 청매실 농축액과 환 등 건강식품류는 물론 매실장아찌와 청매실원, 청매실 고추장 등 매실 식품을 개발해 1998년 가공식품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이달의 6차 산업인’으로도 선정됐다.

청매실농원은 연 평균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8년에는 1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17만㎡ 부지의 청매실농원에는 10만 그루 이상의 매실나무가 식재돼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100t의 유기농 매실을 생산하고 350t의 매실을 전통 숙성방식으로 가공해 30여종의 매실 식품을 개발 판매한다.

홍씨는 “매실제품 생산에 부족한 매실은 인근 농가 30여 곳과 계약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매실농원의 판매고가 지역 매실농가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상생 농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열린 매실축제

올해는 섬진강을 한눈에 바라보는 청매실농원에서 매실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3월까지는 매화축제가 열렸으나 올해 봄까지 이어진 구제역과 AI 차단을 위해 미뤄졌다가 매실축제로 변경돼 치러진 것이다. 해마다 매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100만명이 넘는다.

지난 3∼4일 개최된 ‘2017 광양매실축제’는 매실 따기 체험, 매실 장아찌 만들기 체험, 명품 광양매실 선발대회, 최고의 가매주(家梅酒)를 찾아라, 매실가공제품 전시와 판매 등 매실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직거래장터로 운영되던 것을 축제로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광양매실의 산증인인 홍쌍리 매실 명인과 만나는 강좌와 금천 메아리휴양소에서 열린 ‘1박 2일 힐링 캠프’등은 축제를 더욱 다채롭게 했다.

매실의 변신 가공식품과 6차 산업

매실 소비는 95%가 생매실로 이뤄진다. 매실은 저장성이 매우 낮아 유통기한이 짧고 빨리 상한다. 매실 재배 지역은 최근 10년 사이 2배로 증가했고 생산량도 1.6배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매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매실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단적으로 2013년 10㎏들이 매실 1상자 가격은 2만8900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1만46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1만6400원, 2016년에는 1만4900원에 판매 됐다.

올해는 평균적 판매 예상 가격이 1만8000∼2만원 사이로 예상된다. 수확시기 전후로 전국적인 가뭄과 병해충피해가 발생해 평년의 생산량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양시는 생산량 증가와 가격 하락에 맞서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매실 제품을 상품화해 매실을 6차 산업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광양매실이 들어간 ‘광양매화빵’을 개발했고 올해는 ‘매실 초콜릿’을 상품화했다. 지난해 출시한 ‘매실아이스크림’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업체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광양매실을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4월부터 광양 황매실을 이용한 ‘광양 황매실 피지오’를 전국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매실 340t을 수매해 매실 농축액과 일본 수출용 우메보시를 만든다. 수출 등을 통해 새로운 유통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매실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센터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5년 동안 60억원을 지원받아 추진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과 손잡고 광양매실과 매화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매실 추출물이 미백효과와 살균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로도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현복 광양시장은 “매화·매실 원료 추출 가공사업장과 아로마테라피 체험 공방 등 생산·가공·유통·체험이 가능한 치유체험마을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복 광양시장 "매실 고급화로 승부… 새로운 시장 개척 힘쓸 것"

"매실 품질의 고급화, 재배 면적 유지, 기계화, 유통의 다변화, 기능성 확보, 새로운 대량 소비처 발굴 등을 통해 '광양매실'의 새로운 활로를 찾겠습니다."

정현복(사진) 전남 광양시장은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매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제 매실 재배 소득을 생산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재배 면적을 넓히기보다는 수령 20∼30년이 넘는 매실나무의 수종 개량을 통한 고급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10년 동안 매실 생산농가 증가로 인해 매실가격이 반토막 나고, 유통·판매가 어려워지자 정 시장은 임기 시작부터 '광양매실' 생산 농가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시장을 맡은 3년 동안 매실 생산과 선별은 농민이, 가공·유통·판매는 농협과 시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서 "판매처 다변화가 생산된 매실 전량을 판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정 시장은 "직접 발로 뛰어다닌 끝에 서울 강서시장과 인천, 대전 등 대규모 농협공판장과 수도권 농협하나로마트, NC백화점 등 '광양매실'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광양시는 새로운 대량 소비처 발굴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중독 예방 효과가 있는 '매실청'을 학교나 군대 등 공동 급식처에 공급하는 방안을 국가가 고민해야 한다"며 "'매실청'이 AI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닭과 오리에 사료로 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 "섬진강과 백운산이 키운 '광양매실'을 믿고 찾아 주신 소비자들께 감사드린다"면서 "본고장답게 '광양매실'의 명성을 지켜나가고 소비자들께 최고 품질의 매실과 매실 제품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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