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붉은 고래’ 기적 만들어가는 우리 삶의 여정 [리뷰]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큰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붕(鵬)이 되었다. 날개 길이도 몇 천리인지 모른다. 한번 날면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았고….’

중국 장자(莊子)의 ‘소요유’ 편에 실린 한 구절. ‘붕새를 타고 만리를 날아간다’는 뜻의 사자성어 붕정만리(鵬程萬里·전도가 양양한 장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사진·감독 양선·장춘)는 이런 장자의 사상에 기초한 세계관을 그린다.

영화는 인간 세계의 바다 아래 존재하는 ‘인간과의 접촉이 금지된 세계’를 설정한다. 저마다 신비로운 힘을 지닌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세상. 이곳 사람들은 16세 성인식에 맞춰 고래의 모습으로 변해 인간 세상 탐험에 나선다. 소녀 춘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춘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고래잡이 덫에 걸리고 만다. 선한 마음을 지닌 인간 소년 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나, 대신 곤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춘은 가까스로 곤을 살리지만 그는 이내 붉은 고래로 변해버린다. 곤을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춘은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12년에 걸쳐 제작된 ‘나의 붉은 고래’는 환상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세계를 꽤 훌륭한 만듦새로 구현해냈다. 일부 캐릭터와 전체적인 감성이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다소 닮아있으나 중국 고유의 색채만큼은 잃지 않았다.

영화에 녹아있는 철학적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삶은 드넓은 바다를 건너가는 여정’이라거나 ‘우리에게 삶이 주어진 건 기적을 만들라는 뜻’이라는 등의 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중국 개봉 당시 흥행수익 940억원을 벌어들인 대작이다. 중국의 B&T스튜디오와 한국 스튜디오미르가 공동제작했다. 일본 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요시다 기요시 음악감독까지 참여해 한·중·일 협업이 이뤄졌다. 15일 개봉. 101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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