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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사면초가'…안갯속 英 총리 운명은?



정치적 승부수였던 지난 8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에서 ‘과반 붕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수정당과의 공조를 통한 탈출구 찾기에 나섰다. 11일 BBC방송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민주연합당(DUP)과의 공조를 통해 자신이 이끄는 보수당 중심의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10석을 챙긴 DUP와 연합하면 318석을 얻은 보수당은 의회에서 간신히 과반(326석)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메이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DUP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DUP는 선거 직후 보수당과의 공조에 응할 방침을 밝혔지만 “세부 사항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DUP는 아일랜드공화국 정부가 아닌 영국 정부와의 결합을 추구하는 연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특히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해 온 중도 우파 성향이다.

DUP는 대부분 정책에 견해를 같이하는 일반적 연립정부(연정)와는 달리 보수당에 최소한의 도움만 주겠다는 방침이다. ‘부결’이 곧 정부 해산을 의미하는 예산안 표결이나 총리 불신임안이 상정되는 경우에 국한해 보수당 편을 들어주는 대가로 정책적 실리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보수당 소수정부가 “길어야 1년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의 이합집산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협력 방식 자체가 연정에 비해 불안할 수밖에 없고, DUP도 일찍이 부가세나 연금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는 보수당과 시각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DUP와 경쟁 관계인 북아일랜드 신페인당도 이들의 연합 시도에 대해 “눈물로 끝날 관계”라고 비난했다.

메이가 총리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더선 등 보수 매체에 따르면 보수당 내 원로들은 메이에게 ‘시한부 총리’를 선고했고, 반년 후에는 총리를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장관 5명도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으로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공식 블로그가 당원 1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60%가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고, 37%만이 총리직 유지를 옹호했다. 당내의 격앙된 반응에 메이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인 피오나 힐과 닉 티모시를 동시에 해임하며 ‘성난 당심’ 달래기에 나섰다.

사퇴 목소리는 당 밖에서도 나온다. 더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유고브와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 48%가 메이 총리의 사퇴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임하라는 의견은 38%였다.

이런 와중에 1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이 합의된 일정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에 나서면서 메이 총리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빠졌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은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메이 총리를 겨냥해 “협상에서 좋은 파트너로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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